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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두식의 공감노트] 주택 임대시장 대변화 예고...‘디테일의 악마’ 조심해야

기사승인 2020.08.03  13: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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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계약하고 밤새 한 숨도 못 잤다”

40년 전쯤 아버지가 가족들에게 하신 말이다. 수십년동안 다섯 남매를 키우며 전.월세를 전전하던 아버지가 ‘내집 마련’의 꿈을 현실화하면서 너무 좋아서 하신 말로 이해했다. 그러나, 집값과 대출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한 말이라는 의미를 아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내집 마련은 쉽지 않고, 어느 정도 모험을 동반해야 한다. 내집을 마련하기 전에 전.월세를 사는 것은 서민들의 삶에 필수 코스다.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임대차 관련법이 시행되면서 주택 임대시장의 대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전.월세 계약 2년이 종료될 때 특별한 사유(집주인과 직계가족 실거주 등)가 없는 한 2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해 4년(2+2년)의 전,월세 계약을 보장하는 제도다. 전월세상한제는 임대료 상한을 직전 계약의 5% 이내로 하고 지방자치단체가 그 안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해 임대료를 대폭 올릴 수 없도록 했다. 1989년에 임대차 보장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린 이후, 31년만에 제도가 변화된다. 1회 이내의 계약갱신요구권을 통해 주택 임대차 보장기간을 최대 4년으로 확대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서, 사회적인 혼란과 제도의 미흡함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 보장 계약기간 4년을 주기로 전.월세 가격이 급등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대이고 장기 저금리 구조를 탈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계약갱신 때 임대료 상한 5%는 임차인이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사실상 4년마다 임대료를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임대인이 새로운 임차인과 계약할 때 미리 임대료를 대폭 올릴 수 있고, 깐깐한 조건을 부과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신혼부부 등 새로운 임대시장 진입자들이 과도한 요구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를 내보낸 뒤 다른 세입자와 계약을 했을 때 처벌 조항이 있긴 하지만, 입증 책임이 기존 세입자에게 있다는 점은 실효성면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임대차 시장의 급격한 변화는 불가피하다. ‘전세’라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제도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집주인으로서는 저금리 상황에서 안정적인 고정수입 확보를 위해 전세 대신 반전세 또는 월세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임차인으로서는 전세로 살면서 은행권의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때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월세 물량의 부족도 우려된다. 서울의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은 올해는 4만 8천여가구이지만, 내년에는 2만 5천여가구로 줄어든다. 주택공급에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전월세 대란이 현실화될 수 있다.

임대차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야당은 부정적 측면을 집중 제기하고 있고, 여당은 긍정적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제도의 대변화를 이룬 정부.여당은 이제 정치권 논쟁보다는 부정적 측면을 최소화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도의 허점을 노린 악성 임대인 뿐 아니라 임차인도 있을 수 있다. 제도의 도입으로 부당한 어려움을 겪는 임차인이나 임대인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정부와 여당은 고민해야 한다.

주택 임대는 모든 국민들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남의 일이 아니다. 정부와 여당은 자화자찬할 시간이 없다. 새로운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제도를 다듬어야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격언을 정부와 여당은 되새겨야 할 것이다.

 

신두식 기자 shinds@bbsi.co.kr

<저작권자 © 불교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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