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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차별금지법 제정, 종교계 핑계는 그만

기사승인 2020.11.26  2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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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를 출입하며 익숙하게 마주치는 풍경 가운데 하나는 1인 시위, 기자회견 모습입니다.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기 위해서 혹은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저마다 사연을 갖고 손팻말을 들고 나선 이들이 많습니다. 국회 정문을 오갈 때 마다 제 눈길이 오래 머무는 손팻말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입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우리 사회 해묵은 과제입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처음 발의됐지만 번번히 무산됐습니다. 21대 국회에서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을 주축으로 국회의원 10명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을 다시 발의했습니다. 

늘 그랬듯 뜨거운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법안에 찬성하는 이들은 인종이나 성별, 종교, 신념 등 어떠한 이유로든 사람을 차별해선 안 된다는 법 취지에 공감하며 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반대하는 이들은 “동성애를 조장하는 법이다”, “이성애자들에 대한 역차별이다”, “사회적 혼란을 초래한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반대의 목소리는 일부 보수 개신교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불교계는 어떨까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지난 7월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했습니다. 원행 스님은 타종교에서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면서 조화롭게 잘 풀어가는 방법을 연구하고 설득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직접 행동에 나섰습니다.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연대해 법 제정을 촉구하는 오체투지, 목탁 기도 행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종교 간 이견 속에서 최근 의미있는 기도회가 열렸습니다. 불교를 비롯한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등 4대 종단이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봉행한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합동 기도회. 해가 저물고 쌀쌀한 날씨였지만 아이와 손을 잡은 부모, 학생 등 시민들은 마음을 열고 각 종교 별 기도회에 동참했습니다. 불교 기도회를 봉행한 지몽 스님은 이웃 종교와 함께 해서 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차별과 혐오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좌절하고 절망 속에서 하루를 보냈을지 헤아릴 수 없다며,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침묵을 깨고 책무를 다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스님의 이 한마디, 종교계 반대로 법 제정이 어렵다는 핑계를 대는 정치권에게 큰 울림을 줬길 바랍니다.

박세라 기자 serafact@bbsi.co.kr

<저작권자 © 불교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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