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한국마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경마기수 고(故) 문중원 씨의 1주기 추모제가 불교 의식으로 봉행됐습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주최한 추모제는 고인의 극락왕생을 염원하고 문 씨와 같은 억울한 죽음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목소리들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정영석 기자가 전합니다.
< 리포터 >
정부 서울청사 앞 세종로 공원.
고(故) 문중원 마사회 기수의 시신이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두 달 이상 머물렀던 곳입니다.
흐느껴 떨리는 손을 간신히 부여잡고 향을 피운 부인 오은주 씨가 참고 있던 눈물을 쏟아냅니다.
오열하는 오 씨에 이어 세 번의 절을 올린 아버지 문군옥 씨.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의 사진 앞에 서서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합니다.
스산한 초겨울의 추위까지 더한 이곳에서 치러진 문중원 기수의 1주기 추모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의 구슬픈 기도 소리가 먹먹한 가슴 속으로 파고듭니다.
▶ 인터뷰: 서원스님 / 조계종 사회노동위원
-"목숨을 희생하신 문중원 열사님의 그런 뜻을 기리는 방법은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하고 바꾸도록 계속 노력해야한다는 겁니다."
추모 행사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올라가면서 한층 강화된 방역 조치 속에 진행됐습니다.
유가족들이 지난 1년 동안 처절하게 진상규명을 부르짖었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처럼 사측의 책임 있는 목소리는 기약도 없는 상황입니다.
▶ 인터뷰: 문군옥 / 故 문중원 기수 부친
-"저희는 억울하게 죽은 자식 잃은 슬픔에 눈물보다 규명 과정에 다치고 불미스런 일까지 있었던 분들에게 죄송함과 고마움의 눈물이 나날이 됐던 것 같습니다."
두 명의 자녀와 함께 지난 1년간 누구보다 힘겨운 시간을 보낸 부인 오은주 씨.
찢어지는 가슴 속에 품고 있던 절절한 한마디를 세상을 향해 내뱉었습니다.
▶ 인터뷰: 오은주 / 故 문중원 기수 부인
-"이렇게 한 사람의 생명은 누구의 아들이고 누구의 남편이고, 누구의 아빠입니다. 더 이상 이렇게 억울한 죽음이 발생하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앞서 마사회 부산·경남지역본부 소속 기수였던 문 씨는 조교사 채용 과정 의혹 등을 폭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지난해 11월 29일 자신의 숙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조계종은 고(故) 문중원 씨의 49재를 봉행했고,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유가족과 면담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BBS NEWS 정영석입니다.
(영상취재/최동경 기자)
정영석 기자 youa1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