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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국회 외통위 국감장에 등장한 두 개의 범종

기사승인 2020.10.30  15: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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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종 사진 보내드렸는데, 종 이야기를 들은 적 있으세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진행한 주중대한민국대사관 국정감사를 생중계로 지켜보던 중 제 귀를 사로잡은 질문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에게 2개의 종 사진을 보여주며 관련 이야기를 아느냐고 물었습니다. 외통위 국감에 앞서 장 대사가 대학교수로 재직할 당시 유흥주점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논란이 있었던 터라, 의원들 대다수가 논란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고 장 대사를 질책하는 데 집중했는데요. 안 의원은 뜬금없이(?) 종 이야기를 꺼낸 겁니다.

중국 대련 뤼순박물관에 전시된 기황후 범종
중국 대련 뤼순박물관에 전시된 기황후 범종

“중국 대련 뤼순박물관에 전시된 범종을 보려 다섯 차례 방문했는데요. 원래 금강산 장안사에 있던 종입니다.”

안 의원은 첫 번째 종을 가리키며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1906년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조선의 혼을 빼앗아 가겠다며 북한 금강산 장안사에 있는 범종을 약탈했고 당시 허수아비 만주국에 갖다둔 겁니다. 이 종은 공녀로 끌려가 국모의 자리까지 오른 중국 원나라 기황후가 불심으로 장안사를 중창하며 조성한 것으로, 일명 ‘기황후 범종’으로 불립니다. 안 의원은 범종의 기구한 역사가 적힌 안내판이 2013년까지는 있었는데 이후로는 치워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약탈 문화재를 둘러싼 분쟁과 환수 절차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두 번째 종 역시 일본 제국주의 만행의 역사를 담고 있었습니다. 일본이 청나라 시대 중국 종을 우리나라로 들여와 기지창에서 무기 재료로 쓰려 했다가, 815 해방으로 종을 녹이지 못하고 인천에 두고 떠난 겁니다. 이 종은 현재 인천시립박물관에 전시돼 있습니다. 

인천시립박물관에 전시된 청나라 범종
인천시립박물관에 전시된 청나라 범종

“두 종을 서로 교환하는 건 어떨까요?”

안 의원은 중국에 있는 종과 인천에 있는 종을 교환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장 대사에게 요청했습니다. 중국에 있는 종을 받아 북한 금강산 장안사에 돌려주면 남북교류와 협력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우리나라와 중국이 일본의 역사적 만행을 용서하는 의미를 담아 동북아 평화의 밑거름도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해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재가 약 20만 점에 이른다고 합니다. 기황후 범종의 경우 지난 2013년부터 정치권과 불교계가 함께 노력해 환수 절차를 밟고 있는데요. 정부와 관계 당국은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빼앗긴 문화재를 되돌려 받기 위한 민관정의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됩니다.

박세라 기자 serafact@bbsi.co.kr

<저작권자 © 불교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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