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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수의 크로키] 날개 돋친 ‘로또’…행운과 한탕주의 사이

기사승인 2020.10.15  21:5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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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버스정류장 가는 길에 늘 마주치는 곳이 있습니다. 로또 판매점입니다.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도로변에 나란히 2곳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빠르게 지나치는 편이지만, 가끔 걸음을 멈춰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인도를 막고 선, 사람들의 긴 줄 때문입니다.

호기심에 기웃거리다 어느 순간 판매점 주변에 붙은 ‘자동 1등 최다 배출 명당’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자동 1등’이라는 문구는 ‘누구나 행운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다른 표현입니다. 어느 철학자는 복권을 긁는 이유로, 당첨이 오직 ‘운(運)’에 달려 있기 때문에 복권을 긁는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온갖 불평등에서 벗어나 평등을 맛보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지요.

몇 번을 망설이다, 저도 그 평등을 직접 체험해보기로 했습니다. 혹시나 ‘재수’라는 제 이름에 걸 맞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터무니없는 상상도 하면서, 퇴근 후 긴 줄에 기꺼이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첫 자동 복권 구입에 로또 6자리 숫자 중 절반인 3자리가 들어맞은 5천원에 당첨됐습니다. 여세(?)를 몰아 한 차례 더 구입했지만, 역시나 그런 ‘자동 1등 대박운’은 쉽게 오지 않았습니다. 실현 불가능한 일은 빠르게 포기하는 지라, 그 이후로는 무덤덤하게 로또 판매점을 지나칩니다.

요즘,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경기 침체의 그늘이 깊어지면서 더 잘 팔리는 상품이 ‘로또 복권’이라고 합니다. 대체로 불황 때면 서민들의 애환을 취기로 달래는 ‘술’이 잘 팔려 ‘주점’이 호황을 누리게 마련인데,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홈술’과 ‘혼술’에 자리를 내주어 소비 트렌드가 바뀌었다는 겁니다. 실제로 정부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복권 판매액은 2조6천2백8억 원으로, 지난 해보다 약 11% 늘었고, 이는 지난 2005년 이후 가장 높다고 합니다.

흔히 로또에 당첨될 확률을 ‘8백14만분의 1’, 그러니까 갑자기 벼락 맞을 확률인 ‘180만분의 1’보다 훨씬 높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로또를 줄지어 사는 이유는 뭘까요.

뭔가 팍팍한 삶을 벗어나게 해줄 큰 외부 요인, 그것도 가뭄 속 이슬비가 아니라 분에 넘치는 장대비를 바라기 때문일 겁니다. 지난해 주인을 찾지 못한 복권 당첨금이 5백억 원을 넘어선다는 분석도 있는 걸 보면, 작은 액수 보다는 큰 액수를 원하는 건 '인지상정'이겠지요.

오늘도 마포역 주변 로또 판매점을 지나치며, 마스크 쓴 긴 행렬을 마주칩니다. 복권을 긁는 이유가 불평등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마음이든, 일확천금을 노리는 한탕주의 사행심이든 일상을 탈출하고 싶어 하는 이들의 마음인 것 같아 안타까움과 공감이 겹쳐집니다.

 

배재수 기자 dongin21@bbsi.co.kr

<저작권자 © 불교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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