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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수의 크로키] 조두순의 출소와 ‘앙굴리말라’의 삶

기사승인 2020.09.20  12:4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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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성폭행범’ 조두순이 출소를 앞두고 있습니다. 조두순은 지난 2008년 한 초등학교 여학생을 납치해 교회 화장실에서 잔인하게 성폭행하고, 영구장애까지 입힌 극악무도한 인물입니다. 재판 내내 끝까지 죄를 뉘우치지 않았고, 도리어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허술한 법망을 이용해 검찰의 무기징역 구형을 12년으로까지 낮췄습니다. 그런 조 씨가 올해 12월 13일 일요일, 형기를 마치고 교도소를 나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공분합니다.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최대한 조치를 강구하라”는 주장은 정말 절제된 표현입니다. 조 씨가 출소 이후에 아내와 살겠다고 말했다는 지역의 학부모들은 미치고 싶을 만큼 세상이 원망스럽다고 말합니다. 

국회가 부랴부랴 ‘조두순 감시법’과 ‘조두순 접근 금지법’ 등을 잇따라 내놨고, 법무부와 경찰이 일대일 관찰과 24시간 위치추적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온전히 믿음이 가지 않는 건 저만의 생각일까요? 늘 사각지대는 있었고, 보복 살인과 재범은 사후 약방문이었다는 걸 우리는 이미 수차례 학습했기 때문입니다. 요즘, 아동 성폭력을 다룬 영화 대부분이 공권력보다는 부모나 지인들에 의한 복수물인 것도 그냥 간과할 수만은 없는 이유입니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사회가 아니라면, 다시는 같은 범죄가 생기지 않도록 사회 안전망을 조금 더 촘촘히 해야 합니다.  

한편으론, 조씨가 2달 전 만기 출소를 앞두고 심리상담사들에게 “죄를 뉘우치고 있고, 물의를 일으키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마치 출소를 위해 기꺼이 가면을 쓰는 범죄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아 전율마저 느껴집니다. 사실 조 씨는 2008년 사건 이전에도 성폭력과 상해치사 등으로 전과가 무려 17범이었습니다. 또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극구 부인했고, 죄를 도리어 다른 이에게 돌리려는 무책임함도 보였습니다. 낙인효과를 십분 감안해도 ‘갱생의 삶’에 물음표가 따라 붙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부처님 제자 가운데 ‘희대의 살인마’ 앙굴리말라가 있습니다. 간교한 스승의 아내와 제자들의 계략에 휘말려 999명의 사람을 죽였고, 결국 천명을 채우려다 부처님께 교화돼 죄를 뉘우치고 제자가 된 성자입니다. 앙굴리말라는 이후 부처님의 제자로서 수행에 전념하면서도, 여전히 그를 향해 돌을 던지고 각목으로 때리는 이들의 공격을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부처님은 그런 그를 행해 “참고 참아라, 수천 년을 지옥에서 받을 업보를 지금 여기서 받는 것이다”고 담담히 말합니다.(한국빨리성전협회 <맛지마니까야(전재성 역)> 제3권에서 요약)

성자가 된 앙굴리말라와 잔혹한 성폭행범 조두순을 같은 선상에서 볼 수는 없겠지만, 조 씨가 조금이라도 그간의 죄를 반성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배재수 기자 dongin21@bbsi.co.kr

<저작권자 © 불교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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