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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수의 '크로키'] 장맛비를 대하는 태도

기사승인 2020.07.26  01:4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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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철입니다. 올해 장마의 가장 큰 특징은 ‘집중호우’라고 합니다. 적당량의 비가 오랜 기간에 걸쳐 내리는 게 아니라, 하루 이틀 새에 정말 감당하기 힘든 많은 양의 비를 쏟아낸다는 겁니다. 일상사, 뭐든 지나치면 문제가 생기듯, 비도 지나치면 자연재난이 됩니다.

사실, 그동안 비는 주로 로맨틱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소재로 자주 쓰였습니다. 중국의 시인 두보는 ‘춘야희우(春夜喜雨)’라는 시에서 ‘좋은 비는 때를 알고 내린다(好雨知時節)’고 했습니다. 원래는 고통받는 백성들의 애환을 노래한 시이지만, 이 첫 구절 만큼은 적절한 사랑의 타이밍을 에둘러 잘 표현해 수천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국문학자인 가람 이병기 선생의 시조 ‘비’에서는 애틋한 이별의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짐을 매어 놓고 떠나려 하시는 이 날, 어둔 새벽부터 시름 없이 나리는 비. 내일도 나리오소서 연일 두고 오소서.” 시에서 비는 이별의 슬픔을 대신하고, 그 시간을 고스란히 함께 해줄 유일한 벗으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요즘 내리는 비는 이런 로맨틱한 감정보다는 재난에 더 가깝습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급격한 기후 변화로 재난은 더 잦아지고 더 큰 피해를 낳고 있습니다. 얼마 전, 기록적인 폭우로 빗물이 불어나면서 부산의 한 지하차도에 갇힌 어머니와 딸이 생사를 달리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얼굴을 맞대어 가슴 벅찼을 혈육의 정도 집중호우라는 재난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비는 늘 좋은 때를 알고 내리는 게 아닙니다. 그저 자연의 인과 법칙에 따라 내릴 뿐입니다.

불교의 세 가지 근본 교의를 ‘삼법인(三法印)’이라고 합니다. 그 가운데 가장 첫 번째는 ‘제행무상인(諸行無常印)’인데, 모든 만물은 고정된 것이 없고 항상 변화한다는 의미입니다. 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좋은 비’ ‘나쁜 비’ '궂은 비' ‘이별과 사랑의 비’가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변화를 받아들이고, 대처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태도가 더 중요한 이유입니다.  

올해 여름 장마의 끝은, ‘코로나19’ 사태만큼 불확실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여름의 끝자락까지 장마가 계속 될 거라는 불길한 예상도 나옵니다. 바꿔말하면 재난이 앞으로 더 찾아올 가능성이 더 많아졌다는 이야기입니다.

문득 “재난은 ‘늑장 대응’보다 ‘과잉 대응’이 더 낫다”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릅니다. 철저한 대비만이 안타까운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해법입니다. 그래야만 비가 그치고 맑게 개인 하늘을 온전히 즐길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배재수 기자 dongin21@bbsi.co.kr

<저작권자 © 불교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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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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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호영 2020-07-26 06:34:25

    좋은 글입니다. 사전에 대비할 수 있다면 그렇게해야 합니다. 이 글을 정책자들이 꼭 읽었으면 합니다.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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