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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토론회 관전기...황교안의 뿔과 이낙연의 카포테

기사승인 2020.04.07  14: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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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마의 변을 “황소처럼 나아가겠다”고 했나. 토론회에서도 그는 황소였다. 질의응답 중에는 동등한 질문 기회를 달라며 항의해 제작진의 진땀을 빼게 만들었다. 이제 그만 다음 순서인 공약 발표로 넘어가자는 사회자는 간절해 보였다. 하지만 어림없었다. 4차례나 이 부분을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며 황소고집을 피웠다. 물론, 팩트는 동등한 질문 기회가 있었단 것이었지만, 그 기세를 누그러뜨릴 수 없었다. 결국 축구의 ‘VAR’처럼 녹화된 화면을 확인했다. 기자들이 모인 아래층 모니터실 화면엔 녹화 중단으로 10분의 암전이 찾아왔다. 끝내 재송출된 장면에서 황 후보는 “존경하는 종로 구민 여러분”이라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듯 공약 발표를 이어나갔다.

  이낙연은 붉은 천 ‘카포테’를 흔드는 투우사 같다. 총리시절 조국 전 장관을 옹호하더니 왜 이제는 ‘마음의 빚이 없다’고 손절했냐면서 정치인의 ‘말 바꾸기’는 신뢰를 무너뜨린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황 후보는 말 바꾸기를 하더라도 신뢰하겠다”는 포용 전략으로 황소의 화를 돋웠다. '한옥 직불금 제도' 등 야당의 정책 중에서도 합리적인 것은 수용하겠다면서 옆구리를 치고 들어오는 뿔을 허공으로 흘려보냈다. 그러면서도 “헌정사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 왜 있었겠느냐”면서 탄핵 당시 총리였던 황 후보를 향해 허허실실 검을 찔러 넣었다. 이렇게 땀을 쥐다니, 실로 종로구의 주민들 손엔 국가의 운명이 쥐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 차례 투기(鬪技)가 끝난 뒤, 토론장을 나온 두 사람에게 누군가 “여전히 상대가 밉진 않나요?”라며 재미있는 질문을 던졌다. 전날 이낙연 후보가 유세 중 “우리는 협력해서 나라를 구해야 한다. 황교안 후보를 미워하지 말라”고 하자, 황 후보가 SNS에서 “미워한다”고 글을 올렸다 삭제한 사건을 되짚은 것이다. 이낙연 후보는 여유롭게 “그렇다”고 말했다. 황교안 후보는 대답 없이 토론장을 빠져나갔다.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진지하게 승부하는 이들이 어찌 서로를 미워해서 싸우겠냐만, 사력을 다해 싸우다보면 미워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다만, 미워하지 않고 포용하며 싸우는 사람, 미워하며 치열하게 싸우는 사람. 둘 중에 누가 이길지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박준상 기자 tree@bbsi.co.kr

<저작권자 © 불교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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