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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윤의 세상살이]이동국과 거북이의 교훈

기사승인 2019.11.03  22: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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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국 축구를 대표했던 스타플레이어를 꼽으라고 하면 여러 선수들이 떠오를 것이다. 차범근을 비롯해 최순호,황선홍,안정환,박지성,손흥민까지...모두들 한국 축구사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이름들이다. 하지만 이들과는 또다른 의미에서 한국 축구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스타를 꼽는다면 주저 없이 언급하고 싶은 선수가 있다. 바로 프로축구 K리그의 최고령 선수이자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이동국이다.

프로축구 전북 현대 소속인 이동국은 오늘 대구에서 열린 K리그 36라운드 대구 FC와의 경기에서 전반 10분 선제골이자 시즌 9호골을 넣어 팀의 2대 0 승리를 이끌었다. 1979년생으로 만으로 불혹의 나이가 돼 축구 선수로는 환갑을 지났다고 볼 수 있지만 여전히 후배 못지않은 뛰어난 경기력으로 팀에 없어서는 안될 선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동국은 포철공고를 졸업하고 1998년 19살의 나이에 포항에 입단하면서 K리그에 데뷔했다. 당시 축구 천재로 불리며 데뷔때부터 숱한 화제를 몰고 왔고 독일 분데스리가(2001년 베르더 브레멘)와 영국 프리미어리그(2006년 미들즈버러)에 진출했던 시기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21시즌 동안 224골 77도움을 기록해 통산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실력과 꾸준함이 더해진 이 기록은 앞으로도 쉽게 깨지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 축구의 대표 아이콘이자 자기 관리의 대명사로 불리지만 사실 이동국은 굴곡진 축구 인생을 살아왔다. 1998년 19살에 국가대표 막내로 프랑스 월드컵에 참가해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받았지만 정작 2002년 안방에서 열린 한일 월드컵때는 골문 앞에서 지나치게 몸을 사린다느니, 게으른 천재는 필요없다느니하는 히딩크 감독의 지적과 함께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2006년에는 대표팀의 주전 공격수로 절정의 기량을 선보여 독일 월드컵에서의 활약이 기대됐지만 개막 직전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부상 때문에 또다시 본선 무대를 밟지못하는 불운에 울어야했다. 이동국은 31살때인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대표팀에는 합류했지만 당시 주전 공격수이던 박주영 등에게 밀려 출전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더욱이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는 2대1로 뒤지던 후반 41분 골키퍼와 1대1로 맞선 상황에서 슛을 날렸지만 비에 젖은 그라운드탓에 공은 골키퍼 다리 사이를 지나 골문 바로 앞에서 멈춰서고 말았다. 이동국으로서는 월드컵의 영웅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날려 보낸 셈이어서 두고두고 아쉬운 장면으로 남았다.

이동국의 월드컵 도전사가 허무하게 끝이 나자 축구팬들은 이동국은 이제 끝났다느니, 국내용 선수, 안방 챔피언이라며 수군거렸다. 골 감각은 누구보다도 뛰어나지만 문전에서 어슬렁거리는 스타일이어서 스스로 찬스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2014년과 2018년 월드컵에서도 이동국은 나이탓도 있었지만 어쨋든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동국은 주위의 차가운 시선 속에서도 자신을 강하게 채찍질했다. 2011년 K리그 MVP 수상과 함께 도움왕, 베스트11, 판타스틱 플레이어에 선정된 데 이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득점왕과 MVP를 동시에 석권하면서 아시아 최고의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2012 시즌과 2013 시즌에도 각각 26골, 13골을 넣었고 올 시즌에도 왕성한 경기력으로 노장은 죽지 않았음을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처럼 이동국은 엉금엉금 기어 한때 자신보다 더 주목을 받고 국민 영웅 대접을 받았던 수많은 토끼들을 넘어서 진정한 영웅의 자리로 올라선 셈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한국 사회의 여성들이 겪는 육아와 직장, 가사 노동 문제를 다룬 영화 ‘82년생 김지영’으로 개봉 11일만에 2백만 관객을 돌파한 신인 여성 감독인 김도영 감독도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 배우 활동을 했지만 크게 빛을 못봤고 결혼과 육아로 경력 단절의 어려움까지 겪은 끝에 40대 후반의 나이에 본격적인 영화 감독의 길을 걷고 있는 김 감독도 꾸준한 노력 끝에 뒤늦게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단한 인생살이 속에서도 누구나 장밋빛 인생을 꿈꾸면서 하루 하루를 버텨낸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도 않고 앞으로도 잘 될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도 들게 마련이다. 현실은 녹록치 않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꾸준하게 앞만 보고 달려가는 이 시대의 모든 거북이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전경윤 기자 kychon@chol.com

<저작권자 © 불교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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