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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욱의 야단법석(野壇法席)] 자유한국당 당권레이스 감상법

기사승인 2019.02.03  20:3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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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3강(强)이라고 한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그리고 홍준표 전 대표를 일컫는다. 황 전 총리를 지지하는 친박계는 별 일이 없으면 황 전 총리가 당 대표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친박계 한 의원은 “세 사람이 다 흠집과 원죄가 있다. 어차피 흠 있는 사람들 가운데 고르는 것이라면 황 전 총리가 가장 유리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친박 핵심인 윤상현 의원은 “모든 친박이 황 전 총리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지만 진중하다 못해 소심하다고 알려진 황 전 총리가 ‘들러리’ 서자고 ‘여의도 캐슬’의 문을 두드렸을 리 없다. 충분히 따져봤고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으니 나왔을 것이다. 친박 일각에서는 어느덧 친박이 밀지 않아도 될 만큼 높은 지지율이 나오는 황 전 총리를 의심하고 있다. 당선되고 나면 오히려 ‘친박 청산’의 선봉에 설 지 모른다며 불안해한다. 그렇다고 곤궁한 친박 의원들이 황 전 총리 외에 다른 주자를 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황교안 전 총리는 쉽게 곁을 주지 않는 샤이(shy)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칭찬에도 인색해 부하 직원들은 모시기 까다로운 상사였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고 뭐, 오세훈 전 시장이라고 별반 다른 건 아니다. 오 전 시장이 요즘 종로의 한 헬스클럽을 다니는데,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인사 안하고 아는 척 안하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원래부터 수줍음 잘 타는 시장님이었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이거니와 최근 ‘혼밥 논란’의 문재인 대통령까지 어찌 보면 다 비슷한 성격들이다. 집요한 권력욕의 수위와 정도는 각각 어떤 차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직업 정치인의 제일덕목이 ‘사람장사 할 줄 아는 외향적 성격’, 일명 ‘사와리’라면 전부 정치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대통령까지 턱 턱 되는 것을 보니 정치는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성격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듯하다. 병역면제도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총리 때 한 번 털었고, 솔직히 병역문제나 위장전입, 탈세 등에서 자유로운 우리나라 정치인이 몇이나 되겠는가. 우리 국민들은 이제 저런 도덕성을 정치인들에게 기대하지도 않는다.

당이 힘들 때 뒤에서 눈치만 보며 숨어 있다가 무혈입성(無血入城)해 정치입문 후 보름 만에 당 대표가 되려고 한다며 “염치가 없다”, “정치 도의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거세다. ‘초보운전자’로 몰아가는 경쟁자도 있다. 일견 타당하다. 국정농단 책임론도 꼬리표처럼 따라 다닌다. 물론 황교안 전 총리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다. 솔직히 박근혜 정부 당시 황 총리가 무슨 힘이 있었겠는가. ‘권한’은 가졌을지언정 ‘권력’을 나눠 가졌을 리 만무하다. 그래도 최소한 “몰랐다면 무능했다”는 지적에는 고개를 숙여야한다. 가장 눈여겨 볼 대목은 특정종교 편향 논란이다. 이미 환자에 가까운 병적 편향성은 수많은 사례에서 의혹을 넘어 실체로 우려되고 있다. 민의의 공복인 제1야당 대표로서 공무를 수행할 때조차도 자신이 추종하는 종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면, 이웃종교와 끊임없는 불화를 야기할 것이다. 사실 이미 불화는 시작됐다.

여하튼 이런 ‘황교안의 대세론’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주춤거리게 한다. 며칠 전 출판기념회 장에서도 공식적인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다. 사실 당권에 정말 도전하고 싶다면 설 연휴 전에 했어야했다. 만약 오 전 시장이 황 전 총리에게 패배했을 경우, 오 전 시장의 정치생명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누가 뭐래도 오 전 시장은 당에 몇 안 남은 실전 에이스인데, 허망하게 소진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왜 이번 텀에 나서려고 하느냐, 한 텀 쉬고 나오지, 성급하다” 등의 우려도 다 같은 맥락이다. 물론 “아니, 당 대표 도전해서 실패한들 뭐가 대수겠는가? 오세훈 전 시장은 대권주자이고 어차피 뛰어들 판이라면 지금이 적기다”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정치의 지속성은 ‘승리’로 견인된다. 정치인은 선거에서 일단 이겨야한다. 안 그러면 ‘명분’을 얻을 수 없다. 잦은 패배는 앞날을 꿈꿀 수 없다. 당장 존재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오세훈 전 시장이 서울시장 당시 무상급식 찬반투표를 추진하고 패했을 때부터 이미 보수는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많다. 당의 텃밭인 영남기반도 여전히 취약하다. 지난 20대 총선 때는 정세균 의원에게 어이없이 져서 무능하고 안일했다는 이미지가, 탄핵정국 때는 바른미래당 입당으로 ‘배신자’ 이미지가 생겼다. 그래도 중원(서울.경기.인천)을 장악할 수 있는 당의 유일한 자산이다.

대권 욕심을 확실히 버리면 가장 승산이 있는 사람은 홍준표 전 대표다. 황교안 전 총리의 출마는 홍 전 대표를 일찌감치 장(場)으로 불러 들였는데, “나에게 당권을 주면 나는 대권에 출마하지 않고, 차기 대권주자들의 흥행 운동장 만들기에만 전력하겠다”고 공표한 뒤 실제로 여기에만 진정성 있게 매진하면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의 주장대로 지난 해 지방선거는 야당이 이길 수 없는 선거였다. 이에 대한 책임을 그에게만 묻는 것은 졸렬하고 야박하다. 이것보다는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막말에 대한 거부감’이 문제다.

하지만 홍준표 전 대표를 오랜 시절 지켜본 기자들은 분명 기억한다. 탁월한 유머와 재치로 기가 막히게 선을 지켰던 지난 시절이 있었음을. 홍 전 대표가 처음부터 이렇게 진창을 즐기고, 모든 사람들과 일단 싸우고 보는 정치인이 결코 아니었음을. “아버지는 일당 800원을 받는 조선소의 현장 경비원이었다. 어머니는 고리사채업자들에게 허구한 날 머리끄덩이를 잡혀 온 동네방네 끌려 다녔다. 그런 집 자식도 집권여당의 대표가 될 수 있는 게 대한민국이다. 이것 자체가 한나라당의 큰 변화다. 변방에서 돌아온 홍준표가 진정한 서민정당으로 만들겠다”. 2011년 처음으로 당 대표가 됐던 홍 전 대표의 수락연설 일부다. 2015년 당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과 함께 최근 10년 동안 가장 빛났던 보수진영의 명연설로 꼽힌다.

지난 몇 년, 국민들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숨소리도 못미더워 하고 있다. 완전히 망해야 재건할 수 있다던 고언(苦言)들의 의도하지 않았던 저주였을까, 이미 만신창이가 돼 바닥을 친 것 같은 데도 여전히 추락하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이 온갖 악재로 아무리 똥볼을 차도, 자유한국당은 그때마다 자살골을 넣어주며 한 몸처럼 돕고 있는, 믿기 힘든 순간들이 매번 반복되고 있다. 물론 요 며칠은, 김경수 경남지사의 구속 덕분에 반짝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 같지만 이 정도 가지고는 여권이 오랜 세월 사생결단으로 옭아맨 ‘적폐 프레임’을 빠져나올 수 없다. 제1야당으로서의 야성(野性)을 회복해 대여 투쟁의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스스로 만들어낸 ‘결정적인 한 방’이 필요하다.

그래서 2월 27일 전당대회가 중요하다. 모처럼 마련된 화합의 멍석자리에서 한바탕 어우러져 신명나게 뛰어놀지 못하고, 또 다시 아군들끼리 총질하며 서로 물어뜯는 진흙탕의 개싸움만 재현하면 정부와 여당에 반발해 잠깐 들른 보수층을 정말 영원히 놓칠 수 있다. 무엇보다 TV토론회를 적극 활용해야한다. 각본 없는 난상설전으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쉼 없이 사로잡아야 한다. 당 선관위는 지금 한 사람만 찬성하고 있는, 아니 한 사람만을 위하는 것 같은, TV토론회 계획을 과감하게 집어 치워야한다. 조만간 나올 이른바 '빅(big) 3'와 나머지 후보들 간, 혹은 나머지 후보들끼리의 ‘단일화’ 얘기도 당사자들에겐 곤혹스럽겠지만 국민들과 당원들은 대단히 흥미로운 관심거리이다. 4등 안에 들어야 본선에서 진검승부를 펼칠 수 있게 한 ‘후보자예비심사(컷오프, cut off)’도 정성껏 옷만 잘 입히면 분명 흥행요소다.

진보와 보수, 어느 진영의 어느 이념도 우리 국민들을 완전하게 잘 살고 행복하게 해 줄 수 없음을 이제 우리 모두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언젠가부터 양쪽 진영에서 눈만 뜨면 외쳐대는 국민들을 위한 노래와 온갖 다짐, 약속들이 실속 없이 요란스럽고 공허하게만 들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만, 양쪽이 다 무능하고 싸움만 할지라도 균형은 맞았으면 좋겠다. 균형이라도 맞아야 서로 견제하고 조심하는 흉내라도 낼 것 아닌가. 지금은 분명 기울어졌다. 한 순간에 거덜이 난 나라를 또 보지 말라는 법이 없다. 바로 잡아야한다. [정치부장] [2019년 2월 3일]

 

 

양창욱 wook1410@hanmail.net

<저작권자 © 불교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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