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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윤 총장 직무정지 발표에 기자들이 항의한 이유

기사승인 2020.11.26  09: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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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님, 퇴근 무렵 전에 일방적으로 이렇게 브리핑하시겠다고 통보하시는 건 기자단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식 항의 드립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하겠다는 발표 직후, 각 TV의 방송 카메라에는 기자들의 항의하는 모습이 그대로 잡혔다.

일각에서는 취재진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모양이다. "장관이 기자 편한 시간에 맞춰 발표해야 하느냐", "사건이 생기는 곳이면 언제 어디서든 달려와야하는 게 기자 아니냐"는 내용들이다.

11월 24일 오후 5시 20분쯤으로 돌아가본다. 당시 법무부 대변인실에서는 갑자기 기자들에게 '통보'를 보냈다. "오후 6시 쯤 중요한 발표가 있을 거라는 내용이었다. 무슨 내용인지, 누가 발표하는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의가 이어졌지만, 법무부는 묵묵부답이었다. 그저,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직무를 정지시킬 예정이라더라"는 소문, 이른바 '지라시'만 돌 뿐이었다.

이렇게 되면 기자들의 눈 앞이 캄캄해진다. 뭔가 큰 일이 발생할 예정인데 기사의 기본인 육하원칙조차 알려져 있지 않고, 시간은 촉박하니 난감할 뿐이다.

많은 TV 방송사들의 메인 뉴스는 밤 8시 안팎으로 시작된다. 우리 BBS의 메인 뉴스인 '뉴스파노라마'는 이보다 1시간 40분 이른 시각인 오후 6시 20분이면 시그널이 울린다.

8시 메인뉴스를 내보내는 방송사의 경우, 발표가 시작되는 6시부터 센다면 2시간 만에 기사 작성과 영상 편집 등을 마무리해 뉴스 제작을 마쳐야한다는 의미다. 억지로 만드려면 만들 수야 있겠지만, 그 만큼 뉴스의 질은 떨어진다. '받아쓰기' 외엔 기대하기 어렵다.

신문도 마찬가지. 조간신문의 경우, 현장 기자들은 4시 안팎으로 기사를 마감해 넘겨야 한다. 가판이 오후 5시~6시 사이 나오는데, 이 사이에 새로운 이슈가 생기면 편집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하는 상황이 생긴다. 가판을 바탕으로 인쇄하는 '지역판'의 독자들은 주요 뉴스를 놓치게 된다.
 
갑자기 큰 사건사고가 발생한다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추 장관의 존재가 '사건' 또는 '사고'라고 생각하고 싶진 않다. 이럴 때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엠바고' 아니었는지...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어쨌든 발표 예정 시각인 오후 6시. '지라시'의 내용처럼 추 장관이 직접 기자들 앞에 섰고, 윤 총장의 직무를 정지하겠다는 내용의 발표를 했다.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답변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추 장관이 직접 답변할 수 없는 상황이면 대변인이라도 답변을 대신했으면 하는 기자들의 바람은 너무 과한 바람이었을까. 기자들의 볼멘 소리가 터져나왔다.

법무부와 언론의 소통 부족은 이번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달 18일에는 "윤 총장이 라임 사건 관련 수사를 부실하게 지휘했다. 야권 인사의 비위 사실을 보고받고도 철저히 수사하도록 지휘하지 않았다"고 알리면서 "별도의 수사 주체와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검찰과 별개로 법무부가 자체 수사팀을 만들겠다는 건지, 윤 총장을 법무부가 감찰하겠다는 건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법무부 관계자들은 모두가 침묵할 뿐이었다.

이 밖에도 추 장관의 출근길과 퇴근길에, 법무부 행사에 참석 자리에 기자들은 항상 함께하면서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결국, 기자들의 '항의'는 추 장관과 법무부를 향해 지금까지 쌓이고 쌓인 서운함이 터져나온 현상인 셈이다. 

사실 원론적으로 따진다면 누구든 기자의 취재에 반드시 응하고 답변할 의무는 없긴 하다. 공인이고 현직 법무부 장관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안팎에선 추 장관을 '법무부 장관으로 공직 생활을 마무리 할' 작은 인물로는 보지 않는 것 같다. 더 큰 꿈을 꾸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면, 언론과 조금만 더 소통해주면 어떨지.

유상석 기자 listen_well@bbsi.co.kr

<저작권자 © 불교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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