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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등 떠밀려 진상규명' 故김홍영 검사 사건...검찰의 부끄러운 현 주소

기사승인 2020.09.24  20:3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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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24일. 제51회 사법시험 최종합격자가 발표되는 날이었다. 합격자 명단엔 수험번호 11115440 서울대 법대 4학년 재학생, 1983년생 김홍영 군의 이름도 포함돼 있었다.

2년의 사법연수원 과정을 졸업한 김 군은 군법무관으로 병역의 의무를 마친 뒤, 2015년 4월 서울남부지검 형사부 검사로 부임했다. 한 해에 1000명의 사법시험 합격자가 쏟아져나오던 시절이었다. 검사가 된다는 것, 그리고 초임 발령을 서울로 받는다는 건 사법연수원 내에서의 치열한 경쟁에서도 항상 선두를 지켰다는 의미다.

가정 폭력과 아동 학대 사건을 주로 맡았던 김 검사. 동료들 사이에서는 '성격 활달하고 일과 운동 모두 잘 하는 검사'로 알려졌었다. 그랬던 그가 만 1년 하고 한 달 남짓 넘긴 2016년 5월 19일,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채 발견됐다. 자필로 쓴 유서엔 이런 내용이 담겼다고 했다. "물건을 팔지 못하는 영업사원들의 심정이 이렇겠지. (검사 생활을) 그만둔다고 하면 영원히 실패자로 낙인 찍혀 살아야겠지. 탈출구는 어디에 있을까".

김 검사의 유서엔 가족과 친구들 외에 특정 인물이나 사건을 언급한 내용은 등장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사설 정보지를 통해 "직장 상사가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결국 김 검사의 상사였던 김모 전 부장검사의 '직장 내 괴롭힘'이 세상에 알려졌다. 감찰이 시작됐고, 법무부는 김 부장의 해임을 결정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형사처벌도, 진상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한동안 조용하던 김 전 부장. 지난해 말 "등록 제한 기간이 지났다"며 변호사로 개업해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묻혀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일까. 결국 법조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 법조 단체들이 지난해 11월 김 전 부장의 폭행 등 혐의를 수사해 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냈다. 검찰은 고발인 조사를 진행하는 등 수사를 하는 듯 보였지만, 또 거기까지였다. 반 년 넘게 김 전 부장검사 등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

결국 유족과 김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 712명은 "신속히 수사하라"며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법조계와 학계, 언론계 등 외부인으로 구성된 검찰 부의심의위는 "고발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났고, 직장내 괴롭힘 사건에 대한 관심 촉구가 필요하다"며 수사심의위 소집 결정을 냈다.

부끄러움, 수치심. 지금 시점에서 검찰이라는 조직이 이 단어들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사건 발생 당시 검찰총장은 김수남 전 총장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문무일, 윤석열으로 총장이 두 번이나 바뀌었다. 그 오랜 기간 동안 검찰은 수사를 '뭉개고' 있다가 결국 외부 인사들로부터 수사 진행 방향에 대한 독촉성 권고를 받는 처지가 됐다. 
 
'검찰개혁'을 외쳤던 역대 법무부 장관들은 어떤가. 문재인 정부 첫 법무부 장관이었던 박상기 전 장관부터 조국 전 장관, 현직 추미애 장관까지 목소리 높여 검찰 개혁을 외치며 김 검사 사건을 거론했다. 하지만 유족들이 "외부 인사로 구성된 위원회의 도움이라도 빌리겠다"며 나설 때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이럴 거면 망인의 이름은 왜 거론한 걸까.

만시지탄인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검찰이 김 검사 사건을 더이상 '뭉개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처리해야 한다. 비극에 대한 진상 규명을 하고, 김 전 부장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만 한다.  "4년 전 감찰도 그랬듯이, 가해자 형사처벌 절차 또한 유족이 앞장서고 시민들이 힘을 쏟지 않으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검찰을 신뢰할 수 없다는 시민의 뜻이 모아진 결과라고 생각한다"는 유족 측 입장, 검찰이 그 의미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

유상석 기자 listen_well@bbsi.co.kr

<저작권자 © 불교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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