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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공공재건축과 대승풍수...서울의 하늘 길은?

기사승인 2020.08.10  10: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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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기 전까지 1978년에 지어진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30년 넘게 살았다. 어린 시절 동네에서 학교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놀이터가 있던 아파트는 자랑하고 싶은 집이였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겨울이면 늘 춥고 생활하기에 너무나 불편한 곳으로 전락했다. 그러던 그 아파트는 정부가 이른바 공공재건축을 공식 발표하기 전부터, 언론을 통해 서울의 공공재건축 제1호 후보지 3곳 중 한 곳으로 꼽혔다. 40년이 넘은 D등급 아파트이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고밀도 공공재건축이 도심 주택난을 해소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실제 소유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도로와 상하수도 등 낙후된 지역에 인프라 까지 구축해야 하는 ‘재개발’과 달리, 재건축은 노후 된 건물을 다시 짓 고자 하는 토지와 건물을 함께 소유한 이들의 간절함 속에서 추진되기 때문이다. 사유재산을 기반으로 한 ‘재건축’ 앞에 ‘공공’이 붙기 위해서는 김현미 국토부장관의 발언처럼 “용적률은 공공의 것”이라는 인식의 공유와 민관 협의가 뒤따라야 한다.

일련의 과정들을 지켜보며 이러한 딜레마를 해소할 대안을 사찰 풍수에서 찾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한반도의 밝은 미래를 예언했던 탄허 스님의 사상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은 문광스님은 이를 두고 “한국불교 대승풍수와 공익풍수”라고 말했다.

‘명산명찰’이라는 말이 있다. 빼어난 산, 풍광 좋은 곳에는 이름 난 사찰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천년고찰들은 한반도에 불교가 전래 된 이후, 고승들이 전국을 떠돌다 발견한 명당에서 수행을 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명찰의 터는 사찰이 지어지기 이전부터 토속신앙의 기도터이었기도 하다. 이런 곳에는 사찰이 폐사된 이후에 도교의 사원과 유교의 향교가 지어지기도 했다. 즉 내가 기도하고 싶어 하는 곳, 내가 살고 싶어 하는 곳은 남들도 그러하다는 것이다. 지금은 아파트촌으로 변모한 하남 미사리는 구석기 시대부터 사람이 살던 곳이었고,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교산지구 또한 ‘천왕사’ 등 옛 사찰이 있던 곳이다. 역사의 흥망성쇠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살고 싶은 곳은 정해져 있고 한정돼 있다가 확장 된 것이다. 무학 대사가 창건한 호압사의 주지 우봉스님은 필자에게 무학 대사가 서울에 터를 잡은 이유를 도시공학적 측면에서 고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잡한 풍수이론을 과학적으로 조명하면 현대인들도 납득할 만한 타당한 근거가 있다는 뜻이다.

예로부터 궁궐과 사찰은 풍수에 있어서도 가장 길지인 이른바 '혈맥'에 지어졌다. 그래서 명리학자들은 풍수에 대해 잘 모르거든 궁궐이나 사찰 인근에 터를 잡으라고도 한다. 특히 사찰은 가장 중심이 되는 곳에 부처님을 모시고 대웅전을 지었다. 그리고 법당은 사찰을 찾아온 누구에게나 열렸고 모두와 함께 공유했다. 세상은 변했고 기술의 발달로 서울에 하늘길이 열렸다. 한정된 땅에 공유할 새로운 공간이 하늘위에 구현된 것이다 그러하기에 ‘용적률’은 공공의 것이자, 그린벨트처럼 미래세대의 것이기도 한다. 모두가 공유할 서울의 하늘 길에 지어질 아파트에 시대적 고민과 담론이 담겨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그 첫 걸음은 용적률은 공공의 것이라는 인식을 현재 그 땅위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협의를 해야 하는 것이다. 하늘과 땅, 사람은 더불어 살아왔고, 살고 있고,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홍진호 기자 jino413@naver.com

<저작권자 © 불교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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