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기자수첩] '문화재 관람료'로 화난 당신이 들어야할 대답

기사승인 2019.01.09  19:49:48

공유
default_news_ad1
설악산 신흥사 통일대불.

내 집은 수려한 자연경관과 공존하고 있다. 나는 까마득히 아주 먼 옛날부터 이곳에 살고 있다. 사람들은 우리 집을 '대웅전'이라고 부른다. 대통령도 그랬고 누구든 내 집에 오면 가장 먼저 세 번의 절로 인사를 한다. 나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이들을 바라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나를 부처님이라고 부른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집 주변이 시끄럽다. 가만히 들어보니 '돈' 때문이다. 한 쪽은 돈 달라 손을 내밀고, 또 다른 한 쪽은 왜 줘야 하냐며 못 주겠단다. 더 가까이 다가가니 3천 원이 문제였다. 이런 다툼을 불러일으킨 장본인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인다. 내 제자들이 '산적' 소리를 듣고 있는데도 말이다. 따끔하게 혼내 줄까 했는데 나는 그러하지 않았다.

이처럼 국립공원 내 '문화재 관람료'를 둘러싸고 애꿎게도 사찰과 국민 간의 불신만 커져가고 있다. 정부가 국립공원 입장료를 일방적으로 폐지한 이후 불교계는 지난 10여 년 동안 문화재 보호법에 따라 관람료를 징수해 오고 있다. 사찰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문화재들을 보호, 관리하기 위한 비용으로 쓰이는 것이다.

하지만 산을 오르는 등산객 중에는 문화재를 볼 의사가 없는데도 돈을 내야하냐고 아우성이다. 불교계에서도 원성이 크다. 국립공원 내 사찰이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 데는 27곳. 불교 최대 종단 조계종은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정부에 정책을 여러 번 건의 해왔지만, 아직까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사찰과 국민들이 한창 입씨름하고 있을 때 또 다른 일을 꾸미고 있었던 것이 지난해 중순 드러났다. 바로 환경부가 불교 대표 종단인 조계종을 배제하고 문화재 관람료와 관련된 '자연공원법 전부개정안'을 만든 것이다. 이쯤 되면 정부가 문제 해결에 나설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는지 의문이 든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민들은 불교계를 향해서만 볼멘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추운 겨울, 잠시나마 내 집에 들러 언 몸을 녹이고 가면 좋으련만...실랑이를 벌이며 문화재 관람료를 낸, 그런 뒤에도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스쳐 지나간 당신. 누구에게 먼저 따져 물어야 하는지를 제대로나 알기를 바란다고 속 시원하게 말하고 싶었다.

정영석 기자 youa14@naver.com

<저작권자 © 불교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3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최신기사

set_A2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set_C1
ad44
ad36

BBS 취재수첩

item41

BBS 칼럼

item35

BBS <박경수의 아침저널> 인터뷰

item58

BBS 기획/단독

item36

BBS 불교뉴스

item42
default_side_ad3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