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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프레디 머큐리와 인도의 파시교도

기사승인 2018.11.23  1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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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의 음악은 특별하다. 꿈과 희망의 길을 함께 가는 벗이기 때문일 것이다. 20살 무렵 필자는 1년 동안 그림만 그리고 살았는데, 미대입시를 준비하며 화실에서 즐겨듣던 음악이 퀸의 노래였다. 학원 원장이 보물처럼 아끼던 낡은 LP판으로 듣던 그 시절의 음악, 특히 퀸의 음악은 다른 팝송보다도 웬지 모르게 더 특별하고 애잔하게 들렸다.

과거 퀸의 노래를 좋아했지만, 프레디 머큐리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나서야 퀸의 노래가 가진 강인한 생명력의 뿌리를 짐작하게 되었다. 인도철학을 전공했기에 그의 아버지가 재차 강조했던 조로아스터교의 교리와 인도의 유대인이라고도 불리는 파시교도의 의미가 그 누구보다 절절하게 다가왔다. 

파시교도는 과거 페르시아에서 인도로 건너온 조로아스터교도를 일컫는다. 조로아스터교는 고대 페르시아의 철학자이자 사제인 조로아스터가 창시한 종교로, 불을 신성시 했기에 동양에는 배화교로도 알려졌다. 조로아스터교는 페르시아의 사산왕조에 이르러 국교로써 크게 발전했으나 아랍 무슬림에 의해 페르시아가 이슬람 화 되면서 이중 일부가 인도로 건너가 오늘에 이른다.

약 6만 명의 파시교도들은 현재 인도 뭄바이를 중심으로 살고 있는데, 이는 13억 명에 이르는 거대한 인도의 인구수에 비하면 정말로 극소수이다. 그러나 파시교도들은 인도의 거대 기업 타타그룹 등을 운영하며 인도경제계를 이끈다. 이밖에 퀸의 프레디 머큐리와 유명 음악가인 주빈 메타, 사회이론가 호미 바바를 비롯해 인도와 파키스탄의 정관계에도 다수의 파시교도들이 포진해 있다고 한다.

조로아스터교를 믿었던 페르시아, 지금의 이란은 이슬람국가가 되었지만, 오직 이란만이 아랍어가 아닌 페르시아어를 쓴다. 이는 페르시아가 아랍 무슬림에 의해 무력으로 정복당했지만 이들의 문화와 기술이 더 뛰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종교적으로 보면 조로아스터교의 유일신 사상과 내세관, 선과 악, 천국과 지옥 등의 세계관은 사막의 종교인 유대교와 그리스도교, 이슬람교뿐만이 아니라 힌두교와 불교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에게 익숙한 지옥의 재판관 염라대왕의 원어 중 하나인 ‘이마’는 조로아스터교의 아베스카 문헌에 등장한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 머큐리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좋은 말과 좋은 생각, 좋은 행동을 실천하라고 강조했고, 이를 부정하던 프레디는 영화 후반부에 아버지의 가르침을 따라 자선콘서트에 참석한다고 말한다. 프레디 머큐리가 만든 ‘보헤미안 랩소디’의 가사 중에는 실제로 ‘Bismillah’ ‘Scaramouch’, ‘Beelzebub’ 등의 단어가 등장하는데 조로아스터교도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고, 또 다른 곡에도 이러한 단어들이 주문처럼 등장한다. 

사실 그의 이름에서도 조로아스터교의 영향이 느껴진다. 조로아스터교에서 태양은 진실을, 수성은 이러한 진실을 전달하는 천사의 역할을 한다. 프레디 머큐리는 ‘파로크 불사라’라는 본명을 매우 싫어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가 자신의 이름에 영어로 수성인 ‘머큐리’를 넣은 것은 그 역시 파시교도 였기 때문일 것이다.

파시교도들은 카스트제도가 공고한 인도에서 상업을 택할 수 밖에 없었고, 원래 무역에 종사했던 선조들이 종교적 자유와 함께 새로운 무역로를 개발하기 위해서 인도 이주를 감행했다는 설도 있다. 파시교도들이 경제적으로 크게 발전한 계기는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로 삼았을 때 파시교도들이 영국에 적극 협력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레디 머큐리가 탄자니아 잔지바에서 태어난 것도 아버지가 이러한 파시교도들 중에 한 명 이었기 때문이다. 

‘파시’라는 말 자체가 파시교도들의 고단한 인생여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산스크리트어로 파시는 ‘자선을 베푸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힌두교가 종교는 물론 사회문화적 체제로 자리 잡은 인도에서 파시교도들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현지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회공헌을 게을리 하지 않았음이 이름에서도 나타난다.

아버지를 죽였다는 기괴한 가사의 ‘보헤미안 랩소디’는 부권의 극복을 통한 자아성장이라는 해석과 드러내지 못한 프레디 머큐리의 자기 정체성을 노래했다는 설도 있다. 심장을 울리는 비트와 더없이 화려한 화음으로 귀를 기쁘게 하는 퀸의 노래에 담긴 아웃사이더 적인 가사는, 그의 출신과 종교, 아버지 등에 기인했던 것은 아닐까?

파시교도로써 아프리카에서 태어나, 인도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영국에서 노래를 시작해 세계의 전설이 된 프레디 머큐리.

영웅은 만들어지는가, 시대가 영웅을 만드는가? 파시교도로서 또 아웃사이더 중에 아웃사이더로 살아온 그의 인생이 ‘보헤미안 랩소디’를, 퀸의 노래를 만든 것은 아닌 가 그의 음악을 들으며 되뇌게 된다.

홍진호 기자 jino413@dreamwiz.com

<저작권자 © 불교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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