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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윤의 세상살이]영화처럼 살다간 참 자유인 신성일

기사승인 2018.11.05  02: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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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어릴적부터 영화를 좋아했고 사랑했다. 영화를 통해 마음껏 상상력의 나래를 폈고 소박한 꿈을 키웠다. 영화를 통해 당시 시대상을 엿보고 옛 추억에 빠져드는 즐거움도 누렸다. 영화는 무엇보다 고단한 삶에서 잠시 벗어나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공간에서 낭만과 여유를 즐기게 해준다는 점에서 대단히 매력적인 예술 장르라고 여겨왔다.

대중들을 울고 웃겼던 한국 영화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배우가 있다. 원조 청춘 스타,대표적인 미남 배우 신성일 씨가 그 주인공이다. 한국 영화계의 큰 별 신 씨가 향년 81세를 마지막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지난해 폐암 3기 판정을 받고 암투병한지 1년 여만에 육신의 옷을 벗어던졌다.

신 씨는 경제 개발이 한창이던 1960년대와 70년대 가난과 소외 속에서 방황하던 청춘들의 아픔과 욕망을 생생한 연기로 그려낸 인물이다. 1964년 영화 ‘맨발의 청춘’에서는 반항적인 청년으로 등장해 한국의 제임스 딘으로 불리기도 했다. 1974년 영화 ‘별들의 고향’에서는 무기력하고 우울한 성격의 30대 화가 역으로 등장해 유신정권 치하의 당시 생활상을 리얼하게 보여줬다.

신성일은 50여년간 무려 6백여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이 가운데 5백 10여편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전성기였던 1967년에는 한해에만 주연작 51편을 선보일 만큼 다작 배우로 활동했다. 당시 한국 영화는 신성일이 나오는 영화와 나오지 않는 영화로 나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만큼 대중들은 신성일을 원했다.

고인은 1964년 영화 맨발의 청춘에서 함께 연기를 펼쳤던 당대 최고 여배우 엄앵란 씨와 '세기의 결혼식'을 올려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는 수많은 팬들이 몰려들어 신 씨는 식장에 미처 들어오지 못한 시민들에게 사과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계의 큰 별 신성일의 인생에는 굴곡이 적지 않았다. 1981년과 1996년 두 번이나 국회의원직에 도전했으나 연이어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당시 신 씨는 예명인 신성일 대신 본명인 강신영으로 출마하는 바람에 유권자들이 신성일인줄 모르고 표를 주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3수 끝에 16대 국회의원에 당선됐지만 광고업자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2년간 옥고를 치르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지난 2011년에는 자서전을 통해 자신이 동아방송 아나운서였던 고 김영애 씨와 외도를 했다는 사실을 고백해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아내 엄앵란을 두고 외도한 사실을 당당하게 공개한 것은 한국 사회의 정서상 비난을 받을 소지가 큰 행동이었다. 자서전 판매를 위한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신성일은 대중들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에 솔직하고 당당했다. 나쁜 남자라는 비판 속에서도 대중들의 입맛에 맞게 자신을 포장하지 않았고 자기 주관을 끝까지 유지했다는게 주변의 평가이다.

필자는 살면서 늘 신성일을 부러워했다. 조각같은 외모가 부러웠고 수많은 여배우들과 공연한 사실도 부러웠다. 무엇보다 대중 앞에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태도를 배우고 싶었다. 

신성일이 파란만장한 인생의 무대에서 내려왔다. 한 시대가 그렇게 저물어간다. 그야말로 영화 같이 살다간 불자 배우,늘 도전하면서도 자유로운 삶을 지향했던 이 시대의 로맨티스트, 당신 때문에 정말 즐거웠다고 많은 이들이 외치고 있다. 고인의 극락왕생을 빈다.

 

 

전경윤 기자 kychon@chol.com

<저작권자 © 불교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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