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후회없는 죽음, 아름다운 삶" 번역한 이창엽 치과의사

기사승인 2018.09.22  00:02:00

공유
default_news_ad1

1. 먼저 로드니 스미스의 <Lessons from the Dying>를 <후회없는 죽음, 아름다운 삶>이라는 제목으로 번역해 내셨는데요, 원작에 담긴 메시지를 번역본 제목이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인연으로 책을 번역하게 되셨는지요?

저자를 직접 만난 적은 없고 우연히 이 책 저 책 보다가 제가 나이가 올해 51인데 그러다보니 웬지 죽음에 대해 자꾸 궁금해지더라구요. 그런데 이 저자가 특이하게도 태국에서 승려로 생활하다가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삶을 바라게 돼서 환속해서 미국에서 호스피스 생활을 오래 하면서 얻은 경험이 죽음에 대해 성찰하는데 도움이 되어서 번역하게 됐습니다.

2. 그리스도의 말씀을 불교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책들도 번역해 냈습니다. 어떤 종교적 심성이 연관돼 있어서 이렇게 번역하는 것인가요?

어려서부터 어린 마음에 예수님 부처님이 친구랄까 그런 생각으로 지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교회 나가게 됐고 그러다보니 이상하게 불교의 가르침을 통해서 성경을 읽는 게 더 해석이 잘되는 것 같아서 불교 책을 공부하게 됐습니다.

3. 이 책은 죽음과 삶이 둘이 아니어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면 온전한 삶이 어려워지고, 양쪽을 두루 균형있게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든 소감을 말씀해 주실까요?

지금 떠오르는 대목 중에 하나가 어느 여인이 죽음을 맞이했는데 아주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자인 로드니 스미스가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편안하냐 질문했더니 그 여인의 말이 “나는 이미 내 아이 둘을 떠나 죽어서 보냈다. 그런데 어느날 내가 죽음의 눈을 들여다 보니 죽음의 눈이 친절하더라.” 그래서 그 여인은 다가오는 죽음에 대해 두려움 보다는 편안함으로 대할 수 있었거든요. 그런 것들이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마지막 순간에 그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인 거죠.

4. 책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p56을 보면 “죽음을 두려워하면 거의 모든 삶의 경험에 마음을 닫게 된다... 나쁜 것 없이 좋은 것만, 고통 없이 즐거움만, 슬픔 없이 행복만 있고, 임박한 죽음이 없는 삶...두 세계의 신비에 모두 접근할 때만 우리는 온전해진다”고 되어 있어요. p99에도 “모든 걸 가지고 있는 우리가 그 온전함을 누리면 어떨까? 우리가 온전하지 못하면 그림자가 우리를 은밀히 지배하게 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 온전하다는 말이 마음에 들었다. 흔히 한쪽을 추구해서 행복을 얻는다 하는데, 원래 온전했는데 본인이 온전하지 않은 쪽으로 추구하다보니 본래의 온전함을 잃었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 ‘온전하다’의 의미를 ‘그림자’와 연관하여 설명해 주실까요?

제가 생각하는 그림자란 말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좋지 못하다는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그런데 그걸 스스로 밝히 드러내지 않고 묻어두는 겁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존재는 누구나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있지만 그걸 인정하고 드러내면 그림자가 안되는데 약점이라고 묻어두면 그림자가 되죠. 그래서 성경에 보면 “예수가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완전하신 것 같이 너희들도 완전하여라” 라는 대목이 있어요. 어떤 이는 그것을 약점은 하나도 없는 퍼펙트한 것이라고 완전함이라는 말을 해석하기도 하지만 저로서는 그 완전함이라는 말이 네가 가진 좋은점과 나쁜 점 모두 받아들이는 온전한 존재가 되라는 말로 받아들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온전하다는 말이 가장 잘 설명되는 것 같습니다.

5. 이 책은 죽음을 비롯해 경험이나 사고 등을 균형있게, 중도적으로 바라보는 훈련이 평소 필요하다는 것을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뭔가 그렇게 되기 위한 노력, 수행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지요?

바로 그런 면에서 저자가 얘기하는 건 개인적인 아픔이라든지, 자기 업무수행이 잘 안되는 것이라든지, 가족과의 갈등이라든지 이런 작은 것들을 평소에 그대로 받아들여서 그걸 개선한다기보다는 일단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전제가 되어야 정작 그 모든 것을 결산한 임종의 순간에서도, 그 순간만은 도저히 개선할 수 없잖아요. 물론 심폐소생술해서 생명을 조금 연장할 수 있지만 그건 영생이 아니라 잠시 연장한 거란 말이에요. 결국 우리는 죽음이라는 걸 온전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데, 바로 그 순간에 평소 연습이 안된 상태에서는 책에 나온 것처럼 부잣집 부인이 죽는 순간까지 하인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그런 강퍅한 마음으로 현실의 끈을 놓지 못하는 태도를 가지게 되면 그 태도가 아무리 오래 살았던 권력을 살았던 간에 그것이 그 사람의 인생을 결산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제가 세속적 삶을 어떻게 살던 마지막 순간에 잘  놀다 갔노라 라고 한 마디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거죠.

6. 그런 식으로 되려면 평소에 명상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 책에는 그런 내용 자체는 나오지는 않습니다. 자가가 호스피스하면서 너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과 마지막 순간까지 위로해주는 게 아니라 위로받고 오는 환자들을 만난 경험을 이야기함으로써 평안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 우리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간접적으로 독자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는 그런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7. 이 책은 플라톤이 임종 직전 필생의 역작인 <대화>의 내용을 요약해달라는 친구에게 했다는 “죽음을 수행하게”라는 말로 마무리되어 있습니다. 죽음을 산다, 또 죽음을 수행한다는 뜻을 설명해 주실까요?

가장 사실 어려운 질문이구요, 이 책을 번역하면서도 굉장히 난감했습니다. 영어 원래로는 deathless였거든요. 죽음 없음. 간단하게 불멸이라고 했는데 불사로 해도 되는데 그것보다 이게 어감이 더 좋아서. 제가 궁금한 것이 초기불교에 보면 부처님께서는 “나는 고통과 고통을 없애는 것만 말했을 뿐이다” 라고 말씀하셨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대승불교에 오면 어떤 연유로 불성, 불멸, 영원 이런 말들이 자꾸 나와요. 그래서 그것이 어떤 연유로 되었는지 이 책을 번역하면서도 궁금했구요. 사실 그 장을 번역할 때 가장 난감했습니다. 왜냐하면 말씀하신 것처럼 멋있어요. 문장이. 그런데 제가 체험한 거 아니거든요. 그런데 그걸 옮기려니 정직하지 못한 것 같고 그래서 어쨌든 애를 많이 쓰면서 최대한 정직하려 하면서 옮겼어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전달하고는 싶잖아요. 그래서 애를 썼는데, 지금 말씀하신 그런 면이 대답하기 곤란한데, 한 가지 힌트를 얻은 건 외국의 어느 저자가 자기에게는 ‘현실이 신’이라고 말했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눈앞에서 어린 손자가 태어나다가 호흡 곤란으로 죽어가요. 그럼 그걸 의학적으로 살리려는 노력은 해야겠지요. 하지만 그 현실이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부정하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그 순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자기는 그렇게 산다고 얘기하는 저자가 있었거든요. 지금 말씀하신 죽음을 수행한다는 면이 그런 면에서 현실에서 작게는 내 손이 아파도, 좀 크게는 내 애가 대학입시에 떨어져도 그게 불공을 해서 꼭 붙어야만 되는 게 아니라 일어나는 것은 일어나는 이유가 있음을  는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하나하나 쌓여가면 그게 나중에 죽음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죽음을 수행하는 방식이 아닐까 라고 짐작합니다.

8. 치과의사로 일하고 계신 것으로 아는데요, 프로필을 보니까 ‘역사적 예수’를 공부하며 일상생활에서 영생 혹은 행복에 이르는 길을 탐구하고 동시에 붓다의 가르침을 통해 예수의 메시지를 깊이 이해하고 실천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또한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언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어떤 의미인지요, 또 그와 관련해 앞으로 계획을 말씀해 주실까요?

소개에도 나와 있지만 저는 성경에서 이런 가르침을 처음 접했고요 이걸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불교를 공부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불교책을 번역하는 일을 하게 됐습니다. 안타까운 거는 제가 알기로는 그동안 불교를 현대인들의 언어로 잘 이해할 수 있게 나와 있는 책이 그동안 많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좋은 책이 나왔다 하더라구요. 그래서 너무 소중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현대인들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좋은 책들이 있다면, 특히나 우리 보다 뒤늦게 불교를 배웠지만 아주 신실하게 수행하고 그렇게 살려고 하는 서구인들이 느끼는 불교에서의 가르침을 우리나라에 소개하고 저도 조금씩이라도 실제 그렇게 살려고 노력해 보는 것, 그게 앞으로 계속하고 싶은 일입니다.(끝)

김봉래 기자 kbrbud@hanmail.net

<저작권자 © 불교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3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최신기사

set_A2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set_C1
ad44
ad36

BBS 취재수첩

item41

BBS 칼럼

item35

BBS <박경수의 아침저널> 인터뷰

item58

BBS 기획/단독

item36

BBS 불교뉴스

item42
default_side_ad3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