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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순례, 사바세계와 거리두기하며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

기사승인 2018.09.20  15:4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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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BBS ‘아침저널 제주, 이선화입니다’ - 추석 특집

● 출 연 : 이병철 기자

● 진 행 : 이선화 앵커

● 2018년 9월 20일 제주BBS ‘아침저널 제주, 이선화입니다’

(제주FM 94.9MHz 서귀포FM 100.5MHz)

● 코너명 : 추석 특집 ‘그 사찰에 가고 싶다’

[앵커] 다음은 추석 특집으로 마련한 코너입니다. 녹음이 가득했던 산사에 ‘바스락’ 거리는 가을 소리가 들려온다고 합니다. 고요함 속에 풍경소리 그윽한 가을 산사, 상상만 해도 행복이 밀려드는데요.

오는 25일 추석을 앞두고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가족과 함께 들러볼 산사를 찾아가 볼까 합니다. 제주 BBS 보도부에 이병철 기자가 그 소식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병철 기자,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네 이번 추석 때 찾아가 볼 만한 산사 코스를 패키지로 엮어 드리고자 합니다. 진행자께서는 가을을 어디서 느끼세요?

[기자] 네, 우선 앵커님은 가을을 어디서 느끼세요?

[앵커] 낙엽이 질 때 가을을 느끼죠.

[기자네, 저는 은행나무요. 제가 취재를 다니며 보면, 산사에서 사계절을 느끼게 만드는 한 그루의 나무가 있습니다.

관음사에 가 보시면 대웅전과 마주보는 은행나무가 우뚝 서 있죠. 지금 이 은행나무는 신기하게도 북쪽을 향하는 은행잎들은 노랗게 물든 반면, 한라산 방향의 잎들은 아직도 녹음이 짙답니다.

그 모습을 몇 해 동안 지켜보며 자연의 오묘하고 신비함이랄까요. 인간은 잘 모르는 미묘한 온도차를 감지한 식물들의 모습에 새삼, 자연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가을이 오면 관음사의 은행나무를 내 거울 들여다 보듯이 꼭 한번 지켜보시길 바랍니다.

[앵커] 오! 그렇게 은행나무를 통해 자연의 오묘한 이치를 깨닫는다! 그 첫 패키지 코스는 어딘가요?

[기자] 한라산 산북 기슭에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산사는 바로 천왕사입니다. 그래서 가장 빨리 불자들에게 단풍을 선물하는 곳이죠.

그래서 어제, 퇴근하고 확인하고자 산사의 가을 느낌을 청취자들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직접 한라산 아흔아홉골에 자리한 천왕사를 찾아가 봤습니다. 산속 공기는 다 아시겠죠. 천왕사에서는 가슴 끝까지 들여 마시는 시원하고 달달한 공기의 맛이 다르더라고요. 그만큼 저녁의 산사는 옷을 껴입지 않으면 쌀쌀했지만 그 상쾌함은 그 자리에 가 본 자만이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앵커] 천왕사 얘기를 풀어놓는 것을 보니, 천왕사에 대해 소개해 주시려는 것 같은데 그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주시죠.

[기자] 네, 천왕사는 이미 도내 불자들에게 산신기도 도량으로 잘 알려진 사찰이죠. 한라산 중턱의 천백미터 고지를 지나간다하여 이름 붙여진 천백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천왕사 안내표지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천백도로에서 천왕사로 향하는 길목에는 편백나무와 붉은 소나무들이 열병을 하듯 사찰 초입까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데요.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천왕사 초입에 다다르면 고즈넉하게 생긴 종형 모양의 부도탑이 보입니다. 바로 1955년 천왕사 조실 삼광당 비룡 대선사 부도탑입니다. 돌아가시기 직전에도 흰 수염을 길게 늘어 뜰이시고 ‘허, 허’ 하고 웃음 짓던 큰 스님의 모습이 참으로 그리워집니다.

지난 2000년 세수 100세에 입적하셨는데요. 황해도 개성에서 태어난 스님은 오대산 월정사에서 출가해 한국전쟁 발발로 인해 제주도로 오셔서, 천왕사를 창건하신 겁니다.

[앵커] 대웅전을 요목조목 살펴보는 것도 참 재미있네요. 천왕사는 뭐니 뭐니 해도 기도도량이라고 들었는데요?

[기자] 네, 천왕사는 기도영험도량답게 소원성취를 이루고자 하는 불자들의 염불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불자들이 늘 끊임없는 정진을 통해 자신은 물론 이웃들의 행복을 발원하는 도량이지요. 그리고 뭐니 뭐니해도 불자라면 부처님 전에 복전도 넣고, 삼배를 먼저 올려야겠죠. 두 손 곱게 모으시고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 전에 오체투지 하신다면 복이 넝쿨째 들어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럼 부처님께 인사도 드렸겠다. 법당 내부를 천천히 스캔 해 볼까요. 사실, 불자들이 대웅전을 대충 훑어보고 나오는 경향이 있는데 오밀조밀 살펴보는 것도 재미 있습니다.

상단 앞 수미단의 조각은 그야말로 정연하고, 삼존불상은 오랫동안 지켜볼수록 자연스러운 미가 흐릅니다. 부처님의 지붕이 되어주는 닫집은 근래 보기 드문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올 때 잊지 않아야 할 사찰 예절이있죠. 어간! 네 맞습니다. 가운데로 나오시면 실례라는 사실을~

천왕사 대웅전은 비록 시멘트 건축물이지만 목조 법당에 못지않은 전통미를 충실히 계승하고 있는데요. 그 백미는 주변의 기암괴석과 잘 어울리게 조성이 됐다는 겁니다. 그리고 단청은 번잡하지 않으면서 전통미가 물씬 풍겨져 나옵니다.

[앵커] 대웅전도 구경했겠다. 그 밑으로 내려오면 ‘연화원’이라 쓰인 건물이 보이는데 여기는 어떤 전각인가요?

[기자] 네, 여기는 납골당입니다. 아시다시피 9월 24일은 추석인데요. 이날 천왕사 스님들이 오전 10시에는 대웅전에서, 오후 1시에는 연화원에 모신 영가들을 위한 합동 차례를 지낸다고 합니다.

[앵커] 합동차례를 지낸다. 합동 차례가 뭔가요?

[기자] 최근 가족형태가 다양화 되면서 명절 풍속도도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도내 대부분의 사찰에서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집에서 차례를 지낼 수 없는 도민들과 불자들을 위해 합동차례를 지내고 있는데요. 조상들에게 감사의 예를 갖춤으로써 후손된 도리를 다할 수 있도록 사찰이 배려한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듯 싶습니다.

[앵커] 네 그럼, 순례를 다시 가 볼까요?

[기자] 천왕사 입구 인근의 석굴암은 지금도 세상살이에 답답함을 가진 많은 도민들이 그 번뇌를 씻어내고자 찾는 곳입니다. 능선을 따라 1.5km를 오르내리다보면 이 길이 우리네 인생을 닮은 것 같습니다.

우리가 운전을 하다가 다른 운전자가 내 앞에 끼어들면 기분이 불쾌하지만 산행에서 뒷사람이 먼저 가겠다면 유쾌하게 자리를 비켜주잖아요. 이처럼 주변 환경이 나를 만들어가는,, 나를 성내지 않게 만드는 길이죠.

그리고 석굴암에 도착하면 유심히 봐야 할 게 있어요. 법당 뒤편 암벽에 1950년 대 새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일대석가모니불(南無一代釋迦牟尼佛)이라고 한자로 적혀 있습니다. 이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또, 석굴암에 이은 사찰은 어딘가요?

[기자] 네, 석굴암에서 충혼각으로 향하는 1.5km의 길은 오르막으로 힘들었지만 석굴암 코스와는 달리 내리막길입니다.

충혼각은 현대사에서 나라와 민족의 안녕을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의 위패가 봉안된 절입니다. 제주도에서 1956년 6월, 한국전쟁 이후 제주시 사라봉에 전몰군경 위패와 유골을 임시 봉안한 게 시초입니다.

충혼묘지가 아흔아홉골로 이전을 하면서 충혼각도 1990년 1월에 현 위치로 이전하게 됩니다.

충혼각에서는 매년 음력 3월 18일부터 20일까지 전몰군경 위령재를 봉행하는데 사흘 동안은 도량이 하얀 소복으로 뒤덮입니다. 68여년이 흐른 지금이지만 이날 만큼은 미망인들이 맺힌 한을 눈물로 풀어내는 날입니다.

[앵커] 아~ 이렇게, 전몰군경의 위패를 모신 사찰도 있었군요. 또 인근에 사찰이 있나요?

[기자] 네, 바로 옆에 일붕 서경보 스님의 호를 딴 ‘일붕동산’이 있습니다.

우선 서경보 스님은 제주출신으로 한라산의 정기를 받고 태어나신 분이죠. 조계종단의 요직을 두루 거치시고 1988년 대한불교 일붕선교종을 창종하셨습니다.

지난 1992년 스리랑카에서 초대 법왕에 올라 세계불교를 통합하십니다. 또, 스님은 특히 최다 박사학위, 최다 저서, 최다 통일기원비 건립 등으로 유명하십니다.

이 같은 스님의 유업을 제대로 받들고자 흉상 등을 건립한 곳이 바로 일붕동산입니다.

[앵커] 그럼, 이제 가을 산사 나들이는 다 끝난 건가요?

[기자] 네, 끝났지만 일붕동산 바로 옆이 유주 무주 고혼들이 묻힌 무덤가입니다. 그 주변으로는 억새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날 시기인데요. 햇살에 아른거리는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어찌 보면 이곳은 생사일여의 공간이죠. 삶과 죽음이 별개가 아님을 말하지 않아도 그냥 받아 들이 수 있는 공간이랄까요.

그 아래로 시선을 돌리면 제주시내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3분에 한 대씩 뜨고 내리는 제주국제공항부터, 남보다 먼저 가려고 ‘빵 빵’ 거리는 제주도심과 거리두기를 하고 바라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 사바세계를 손바닥 안에 놓고 보면 내가 부처가 된 기분입니다.

사바세계와 거리두기를 통해 나를 되돌아 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네, 맞습니다. 떠들썩한 분위기의 명절도 좋지만 가을 산사를 찾아 과거, 현재를 돌아보고, 차분하게 미래를 생각하며 내 안을 점검해 보는 가을 산사 나들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좋은 소식 감사합니다.

이병철 기자 taiwan0812@hanmail.net

<저작권자 © 불교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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