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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윤의 세상살이] 교권 수호와 종단 개혁 사이에서 멍드는 조계사

기사승인 2018.08.26  23: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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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의 총본산이자 한국불교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조계사는 오랜 시간 한국 불교의 상징과도 같은 장소였고 신성한 수행 공간으로 자리매김해왔다. 또한 서울 도심속 전통 사찰이자 신행 공간으로서의 역할은 물론 많은 시민과 불자들에게 힐링과 휴식의 공간으로 여겨져 왔다.평일에 점심 식사를 마친 인근 직장인들은 조계사를 찾아 산책을 하고 전통 문화의 향기를 음미하면서 각박한 도시 생활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꿀맛 같은 여유를 즐긴다. 하루 이틀 조계사를 찾다보면 어느새 목탁 소리와 독경 소리가 정겹게 느껴지고 가장 인간답고 살가운 종교가 바로 불교라는 생각도 품게 된다. 조계사 경내에서 야경을 즐기면서 음악의 향연을 즐기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조계사를 찾아 동양의 불교 문화, 특히 선불교의 전통을 이어온 한국 불교의 정취에 취하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조계사 앞은 둘로 쪼개진 한국 불교계의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장소가 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은처 의혹 등으로 사퇴 압박을 받아오다 결국 중도하차했지만 종단 주류세력과 개혁을 요구하는 세력간의 힘겨루기는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조계사 앞에는 온갖 플랜카드가 내걸려 있고 마치 냉전 시대 남북한이 서로 대치하는 장소를 연상시킬 정도로 삭막한 분위기가 흐른다. 급기야 오늘 서울 조계사에서는 조계종의 교권 수호를 주장하는 집회와 종단 개혁을 요구하는 집회가 동시에 열려 양분된 불교계의 씁쓸한 현주소를 만천하에 다시한번 드러내고 말았다.

조계종 중앙종회와 교구본사주지협의회 등 주류 진영은 조계사 경내에서 설정 스님의 퇴진 이후 종단 안정과 교권 수호를 위해 대규모 결의대회를 봉행했다. 교권 수호대회 참석자들은 외부의 불교 파괴세력,불교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해종세력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면서 종헌 종법의 질서를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종단 최고 어른인 종정 진제 대종사도 교시를 통해 "외부세력과 정치세력이 종교에 절대 관여해서는 안 되며, 종헌종법 질서 속에서 사부대중과 국민여망에 부응해 선거법에 의해 차기 총무원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설정 스님의 퇴진으로 총무원장 권한대행을 맡은 진우 스님은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청정한 변화를 위해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나 인내하고 양보하는 넉넉한 품으로, 갈라진 서로의 마음을 개혁과 혁신으로 따뜻하게 보듬어 나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종단 개혁을 요구하는 측은 조계사 앞에서 전국 승려결의대회를 열고 종단의 기득권 세력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자정 능력을 상실한 종단 상황에 대해 참회하고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중심으로 한 적폐 세력을 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궂은 날씨 속에 조계사 앞에는 경찰 병력이 대거 배치됐고 조계종의 종무원들이 모두 나와 승려대회 참가자들의 조계사 경내 진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승려대회측 스님과 재가불자들은 대회를 마친 뒤 조계사를 둘러싸고 행진을 하면서 한때 긴장감이 고조됐다. 스님과 재가자들이 조계사 경내 진입을 시도하면서 경찰, 종무원들과 실랑이가 벌어졌고 일부 몸싸움도 빚어졌지만 다행히 큰 충돌은 없었다. 휴일 오후에 조계사에서는 주류 진영의 신묘장구 대다라니 독송 소리와 승려대회측의 구호와 함성 소리가 서로 뒤엉켜 귀가 먹먹할 지경이었다. 마치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가 앞다투어 경적을 울리는듯한 느낌마져 줬다. 

조계사를 지나던 많은 시민들도 반목과 갈등으로 얼룩진 한국 불교 1번지의 현 주소를 보면서 답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탈종교화 시대에 신뢰의 위기에 처한 한국 불교, 이제는 각자 자기 자리로 돌아와 무엇이 한국 불교를 위한 일인지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조계사 근처에 사무실을 둔 한 직장인이 던진 한마디가 여전히 귓전을 때린다. “요즘에는 점심을 먹고 일부러 조계사를 가로 질러 가지 않아요. 예전 같은 편안함이 느껴지지 않아서요...”  [문화부장]

 

 

 

 

 

 

 

 

전경윤 기자 kychon@chol.com

<저작권자 © 불교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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