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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칼럼] 전기료 한시적 인하, 이제 누진제 개편 논의도 시작해야

기사승인 2018.08.09  1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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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재난 수준이 돼 버린 올 여름을 보내면서 가장 큰 걱정은 전기요금이었다.

주택용에만 부과되는 전기료 누진제 때문이었다.

누진제는 70년대 개발독재 시절 가정에서 쓰는 전기보다 공장에서 쓰는 전기가 효율적이라는 판단 아래 시행된 조치다. 그때 당시 누구도 감히 전기료에 대해 말하지 못했다.

이 누진제는 11단계로 가정용 전기를 쓰는 일반 가정은 많이 쓸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전기료가 늘었지만 2016년 3단계로 구간을 좁히면서 요금 차이도 줄었다.

올해의 경우 더위에 따른 각종 기록이 경신되면서 에어컨을 켜지 않는 집이 없을 정도다.

여기에 필연적으로 전기료에 대한 언급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누진제 문제로 옮겨 붙었다.

급기야 이낙연 총리는 지난 달 30일 ‘한시적 전기료 인하 검토’를 지시했고 산업부가 검토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도 휴가에서 업무에 복귀하지마자 전기료에 대해 언급했다. 올 여름 국민들의 전기료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겠다는 의도라고 할 수 있겠다.

곧바로 당정협의에 들어갔고 급기야 7일 산업부장관이 전기료 누진세 적용 구간을 일시적으로 늘리는 방식으로 7~8월 가정용 전기요금을 깎아주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약 1천512만 가구가 월평균 1만370원의 요금을 할인받는 구조다.

현행 누진제는 1단계 200㎾h 이하(전기료 ㎾h당 93.3원, 부가세 등 제외), 2단계 200~400㎾h(187.9원), 3단계 400㎾h 초과(280.6원)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올 7~8월에는 1단계를 300㎾h 이하로, 2단계를 300~500㎾h로 100㎾h씩 올린다는 것이다.

또 정부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계층, 장애인, 다자녀 가구, 사회복지시설 등에 대한 전기료 복지 할인 규모를 7~8월 추가로 30% 늘린다. 출산 가구 할인 대상을 출생 후 1년 이하 영아에서 3년 이하 영유아 가구로 확대한다.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최소한의 대책임에는 분명하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전기료 누진제와 관련해 많은 청원이 올라있고 전기료를 깍아 달라는 청원도 줄을 잇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가 나몰라라하기는 곤란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록적인 폭염에도 대부분의 가구는 누진제 요금이 무서워 에어컨도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다.

백 장관도 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전기요금 걱정 때문에 에어컨을 마음껏 틀지 못한 경우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7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분석한 결과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힌 것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이번 대책이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43%의 가구는 지난달 전기료가 전년보다 줄었고, 46%는 증가 금액이 1만원에 못 미쳤다는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아마 정부는 이같은 재난적 폭염이 덮치면서 전기요금을 어느 정도나 인하해 줘야 할지를 고민했을 것이다.

이런 일시적 요금 인하는 이미 2015년 2016년에 시행한 적이 있기 때문에 산업부 관계자들은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보는 게 옳다.

또 어느 시점에 이를 발표할 것인가도 치밀하게 계산했을 것이다. 즉 일부에서 지적하는 ‘시기를 놓친 대책발표’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시적으로 전기요금을 인하하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이를 발표할 적당한 날짜를 고심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거다. 그런데 하필 발표일이 입추여서 이런 지적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가을이 다 됐는데 이제야 전기요금 인하 운운하느냐는 것 말이다.

산업부 입장에서는 좀 더 늦게 발표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전력수급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그런데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나서고 정치권에서까지 누진제를 거론하며 전기요금 폭탄 운운하자 발표 시기를 오히려 앞당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누진제는 그동안 가정에서의 전기절약을 유도하고 산업용 즉 공장에는 전기를 저렴하게 공급함으로써 산업발전을 도모한다는 명분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11단계에서 3단계로 대폭 완화하는 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아직도 주택용 전기를 쓰는 일반 가정에서는 불만이 높다.

그 중심에는 에어컨이 있다. 현재 에어컨은 80%의 가정에서 가동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결국 전기료 누진제가 계속 유지된다면 에어컨을 켜는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누진제는 앞으로도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떻게든 누진제를 손봐야 하는 시점이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누진제가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현행 누진제는 2단계 중간까지는 원가 아래로 공급하고 그 이상은 원가 이상으로 공급함으로써 인하금액을 인상 금액으로 맞추는 구조이기 때문에 누진제의 전면폐지는 여러 가지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

무작정 전기료가 인하하는 쪽으로 간다는 것은 전력 수급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주택용 누진제 문제를 논의한다면 필연적으로 산업용 및 일반용 전기요금에 대한 손질도 필요할 것이다.

이제 어떤 방식으로든 주택용전기료누진제에 대한 대책 마련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탈원전 신재생에너지정책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전기료를 인상하지 않으면서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누진제로 ‘나만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대다수 국민들이 충족하는 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

하지만 ‘누이좋고 매부좋은’, ‘솔로몬의 지혜’ 같은 대책이 어디 있겠는가.

40여년을 이어온 누진제에 대한 개편도 언젠가는 해야 한다면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하는 게 옳다.

전기는 그저 무조건 절약해야 하는 것으로만 배워 온 세대로서는 에어컨을 펑펑 돌리는 게 못마땅할 때도 있지만 이제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 에어컨 없이는 여름을 못 나는 세상을 살면서 전기료가 좀 낮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양봉모 기자 yangbbs@bbsi.co.kr

<저작권자 © 불교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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