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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빚잔치' 중국의 자신감, 그리고 한국이 배워야 할 교훈

기사승인 2018.08.10  18: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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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거래업체 징동닷컴

한국기자협회가 마련한 '2018 중국전문기자 단기 연수 과정'의 일환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중국에서 알리바바와 1,2위를 다투는 전자상거래업체 징동닷컴(JD.com)을 방문해, 글로리아 리(Gloria Li) 부사장과 차담을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리 부사장에게 다른 질문과 함께 "롯데와 같은 한국의 유통업체들이 중국에 진출했지만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한 채 철수하고 말았다. 실패 원인에 대해 한마디 해주실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요. 하지만 리 부사장은 다른 질문엔 답을 하면서도 이 질문에 대해서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통역을 담당해 준 조선족 청년에게 "혹시 내 질문을 빠트렸느냐"고 물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의도적으로 회피한 거 아닌가 싶네요"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연수에 참가한 기자들 사이에선 이런 얘기가 나왔습니다. "남의 회사 일에 왈가왈부 하기 곤란하다고 판단했거나, 아니면 한국의 유통사 따위는 더 이상 라이벌이 아니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뜻이거나, 둘 중 하나"라고요.

중국 철도차량 제작업체 중국중차 사옥 로비에 전시된 차량 모형

중국의 철도차량 제작업체인 중국중차(中國中車, CRRC)를 방문했을 때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타사 기자 한 명이 "한국에도 현대로템을 비롯한 철도차량제작회사가 있다. 한국 제작회사의 존재를 아는가? 기술 또는 업무 제휴를 하고 있는가? 하지 않고 있다면, 할 의향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리민(Li Min) 부부장의 대답은 "제휴... 하면 좋죠"였습니다. "꼭 하고 싶죠"나 "할 의향이 있어요"가 아니라 "하면 좋고, 안해도 괜찮고"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이제 중국은 한국을 더 이상 배워야 할 대상도, 경쟁상대도 아니라고 여기는 것 같았습니다. 이미 자신들이 한 발 앞섰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죠. 자신감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중국 베이징의 한 거리에 낡은 승합차와 고급 외제 승용차들이 함께 주차된 모습

10년 전 개인적인 일로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와는 확 바뀐 거리 풍경을 보니, 그들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해는 갔습니다. 거리를 가득 채웠던 자전거를, 이제는 자동차가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상당수의 자동차는 독일제 고급 승용차였습니다. 대로변에 세워진 아파트들의 가격은 서울 강남에 비해 싸다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260여 제곱미터, 약 80평 규모의 아파트가 우리 돈으로 25억원은 한다니까요. "우리가 이렇게 잘 살게 됐으니, 이제 한국 정도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라는 그들의 자신감.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이 자신감,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는지 좀 의문입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최근 집계를 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중국 기업에서 발생한 회사채 채무불이행(디폴트)이 512억위안, 우리 돈으로 약 8조 6000억원에 달한다네요. 작년 전체 디폴트 규모의 3배입니다. 이대로라면 사상 최대였던 2016년의 539억위안을 금방 뛰어넘게 생겼습니다.

중국의 경제성장 패턴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부채로 자산을 일으켜 경제를 활성화 시키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국민소득은 1만달러 수준인데 국영은행에서 부채를 일으켜서 경제를 세운거죠. 그러다보니 상당수 기업의 지분 절반 이상을 국가가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시진핑 주석이 부채 축소에 우선순위를 둔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는 거죠. 지난 4월에도 시 주석은 지방정부와 기업들에게 "가능한 한 빨리 부채 비율을 낮추라"고 독촉한 사실이 있습니다. 더 이상의 빚잔치는 위험하다는 인식 때문이겠죠. 이렇게 되면 상당수의 기업이 막힌 돈줄 때문에 허덕이게 될 겁니다. 대궐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비싼 독일차 타고 출근해 "우리가 최고다!"라고 외치는 그 자신감 또는 자만심도 무너지게 되지 않을까요.

사람은 타인의 성공사례에서 성공의 비결을 배울 수 있지만, 실패사례에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직 실패하진 않았지만 '이대로 가면 조만간 실패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고, 올해 1분기 기업부채도 전분기보다 높아졌다는 보도가 나옵니다. 우리 경제 이대로 괜찮을 것인지, 혹시 '근거 없는 자신감'에 빠져 경쟁국을 우습게 보고 있진 않은지 스스로 돌아볼 때입니다.

유상석 기자 listen_well@bbsi.co.kr

<저작권자 © 불교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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