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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칼럼] CIO 못 뽑은 국민연금, 청와대에 충성하고 싶었나?

기사승인 2018.07.10  20:4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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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을 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국정농단입니다.

현재 600조가 넘고 내년이면 700조가 넘을 것으로 보이는 엄청난 기관이고 국민들의 자금을 걷어 노후를 대비해 주는 기관이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요.

바로 박근혜 정권에서 삼성물산ㆍ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기 위해 적정비율과 합병 시너지 산정 시 내부 직원들이 가담해 치밀하게 조작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경유착의 표본이 되다시피 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공단에서 가장 중요한 직책은 기금운용본부장(CIO)입니다.

630조가 넘는 자금을 관리하는 자리로 '자본시장의 대통령'으로 불리웁니다.

그런데 강면욱 본부장이 그만 둔 게 지난해 7월 17일이니까 1년이 다 되도록 비어있습니다.

기금운용본부의 주요 보직 자리도 비어있습니다.

국민연금공단은 올 4월에서야 CIO공모를 시작했고 심사숙고하다가 지난 5일 재공모에 들어갔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서류, 면접 모두 1등, 역대 CIO 후보 중에 최고라고 평가를 받은 곽 전 대표는 선임되지 않으면서 불거진 사태입니다.

핵심은 바로 청와대 인사개입 논란이죠.

장하성 정책실장이 인사에 개입했다는 건데요.

CIO 공모 과정에서 최고점을 받고도 탈락한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는 장 실장으로부터 사전에 지원을 권유하는 전화를 받았다고 폭로했습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처음에는 “장 실장이 곽 전 대표와 통화한 것은 국민연금이 본부장 후보자로 추천한 후”라고 했다가 “장 실장이 지원하라고 권유한 건 맞다”고 말했습니다.

어찌됐건 청와대의 장하성 실장이 개입(이든 권유든)한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김성주 공단 이사장도 최종후보 3명을 놓고 검증이 진행 중이던 지난 4월 곽 전 대표를 전주로 불러 '본부장 취임'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성주 이사장이 ‘본부장 취임’에 대한 언급을 했다면 참 어리석은 일입니다.

국민연금 CIO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국민연금 이사장이 임명하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청와대가 개입한 것이 드러나고 있고 김성주 이사장이 사전에 합격 ‘언질’을 줬다면 매우 부도덕한 일입니다.

어째됐건, 곽 전 대표는 선임되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대한 설왕설래가 있었고 언론은 당연히 취재에 돌입합니다.

그런데 취재는 쉽지 않았습니다.

국민연금공단에서 누구도 속 시원한 답변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자는 누군가 말해주지 않아도 어떤 루트로든 취재를 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기자단은 이미 7월 10일에 간담회가 예정돼 있었습니다.

그 간담회는 유럽을 방문하고 온 김 이사장이 유럽연금발전방향과 기금운용 시사점을 설명하는 자리로 예정돼 있었습니다.

이사장과의 간담회이니만큼 그날은 기금내부감사와 CIO 직무대리 사의 표명 건에 대한 설명 등은 물론 곽태선 전 대표 낙마에 대한 질문과 답변은 당연한 것이라 여겨졌지요.

CIO선임 불발과 관련해 취재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기자단은 10일로 이사장의 간담회가 잡혀 있기에 이날 정확한 취재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고 실제로 대부분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5일 한 언론에 곽태선 전 대표의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여기서부터 꼬이기 시작하는 거죠.

공단은 부랴부랴 자신의 해명을 받아 줄 언론사를 찾았고, 6일 아침 6시, 통신사 기사에 떡하니 김성주 이사장 인터뷰가 실린 겁니다.

<김성주 이사장 "곽태선 CIO 후보 탈락은 중대 흠결 때문">

<"낙마 이유 공개 안 한다…역대 최고 후보지만 최종 검증서 누구라도 탈락 가능"> 이런 재목과 부제를 달고 말입니다.

그리고 기사 말미에는 김 이사장과의 인터뷰 내용이 문답 형태로 잘 기술돼 있었습니다.

그 주요 내용을 보면

-곽 전 대표의 공모 탈락과 관련해 청와대 관여설, 내정설이 불거졌다.

=청와대 인사 개입은 없고 코드인사도 없다.

-4월 곽 전 대표와 만난 것이 사실인가.

=그렇다. 곽 후보를 만나보니 괜찮았다. 서류 심사에서도 1등, 직접 면접에서도 1등이었고, 면접 참여자가 역대 CIO 후보 중에 최고라고 이야기해줬다.

-애초 내정설이 파다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기금운용본부장은 제가 인사권자다. 장하성 실장과도 인사와 관련해 통화한 적이 없다.

-곽 후보는 왜 떨어졌나.

=7대 비리 관련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검증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7대 비리와 관련한 중대한 흠결이 있었다.

축약해 보면 이런 내용입니다.

출입기자단은 황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즉각 SNS를 통한 회의가 시작됐고 10일 기자단 간담회는 기자단이 거부하기로 했습니다.

이사장은 기자단에 사과를 하긴 했지만 참 어이없는 일이었습니다. 이 사과 역시 공단이 자발적으로 한 것은 아니고 기자단의 사과하라는 요구가 있었기에 사과문을 보낸 것입니다.

이 인터뷰는 국민연금공단이 ‘원해서’ 이뤄진 것이고 특정 통신사를 콕 찍어 ‘나와 인터뷰 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지요.

모든 언론이 집중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이렇게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혹시 김성주 이사장이 독재시대 제왕적 사고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특정 언론사에만 말하고 다른 언론사는 내 팽개쳐 버리는 이상한 행동 말입니다.

김성주 이사장은 아마도 ‘청와대가 개입하지 않았다. 곽 전 대표는 개인 문제로 낙마한거다’ 이 말을 하고 싶었을 겁니다.

청와대를 감싸고 싶은 ‘충정’이었을까요.

김성주 이사장이 국민연금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대선 논공행상을 하는 과정에서 공단이 전북에 있고 전북출신 중에 대선에서도 기여를 한 괜찮은 사람 하나 앉힌 거 아닌가요?

그러다보니까 청와대로 불똥이 튀는 걸 막아 보겠다는 ‘충성심’의 발현 일 수도 있구요.

만약 그랬다면 잘 못한 겁니다.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그렇게 ‘소 파리 잡아먹듯’ 얼렁뚱땅 해서도 안 되구요. 언론에 대해서도 그러면 대하면 안 되는 겁니다.

국회의원까지 한 사람이, 알 만한 사람이, 이렇게 전 언론을 물을 먹이면 안되는 거지요.

언론이 다 좋은 건 아니지요. 늘 잘못된 것만 지적을 해대니 적대감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통신사 하나 품고 모든 언론을 이렇게 짓밟아 버리면 출입기자는 뭐가 됩니까.

보내주신(자발적이 아닌) 사과문은 잘 읽었습니다만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연금을 관리하고 그 기금으로 우리나라 경제를 움직이는 엄청난 자리에 계신 분이 이런 일은 안하셨어야죠.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라는 게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steward)처럼 기관투자가가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청와대는 정부를 이해하는 ‘정권과 코드가 맞는 사람’을 선호할 수도 있겠죠.

그 과정에서 이런 개입 논란도 불거진 거 아닌가요?

그런 의혹이 있다는 겁니다.

이제 이런 의혹도 밝히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곽 전 대표가 탈락한 이유(개인 신상)가 맞는 건지 ‘진짜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도 알 수 있으니까요.

지금 국민연금은 CIO가 1년째 공석이고 CIO 직무대리, 뉴욕사무소장,

주식운용실장, 해외증권실장, 해외대체실장 등 주요 보직이 다 비어 있잖아요.

거기다가 기금운용역 채용도 미달했잖아요.

왜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지 김성주 이사장은 잘 들여다보고 판단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자리는 폼 잡는 자리가 아닙니다.

맘대로 특정 언론사에만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다른 언론사와의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리는 이사장은 참 나쁜 이사장입니다.

국민연금은 전 국민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기관이거든요.

몇 년 후면 기금이 고갈된다는 등의 말도 많습니다.

자료를 활용 언론을 통해 그렇지 않다는 것도 잘 알려서 국민들을 편안하게 해 주었으면 좋겠구요.

기금운용본부장도 잘 뽑아서 국민들의 돈을 잘 관리 했으면 좋겠습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개입 혐의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이 구속돼 있잖아요.

그런 국민연금의 흑역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잘 해주었으면 합니다.

사족을 달자면, 이사장 자리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양봉모 기자 yangbbs@bbs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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