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오셨다. 음력 4월 초파일이었던 22일 조계종 법통의 상징인 종정 진제 대종사와 수장인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나란히 조계사에 자리했다. 부처님오신날, 정치권 인사들도 대거 모였다.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해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고용노동부 장관과 각 정당 대표, 서울시장 후보들도 얼굴을 보였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조계사 봉축 법요식에 참석한 대중은 어림잡아 만 명이 넘는다.
한 시간 조금 넘게 진행된 법요식을 마치고 떠난 이들의 자리는 재가불자들과 시민들로 채워졌다. 참배객들은 조계사 대웅전의 부처님에게 절을 하기도 하고, 아기 부처님을 목욕 시켜드리는 관불의식도 가졌다. 부처님 오심을 찬탄하려는 줄은 비가 오는 저녁까지 계속 이어졌다. 우산이 없는 사람들은 대웅전 처마에서 잠시 몸을 피하거나,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안에 있는 차방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지만 이 공간마저도 부족했다.
"코코넛 팔아요"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열대 과일인 코코넛을 파는 상인들이 등장했다. 추억의 먹을거리인 솜사탕도 아이들에게 큰 인기였다. 조계사 경내를 뒤덮은 오색빛깔의 연등은 봄바람에 나부껴 휴일을 맞아 찾아온 가족들에게 마치 공원과도 같았다. 이 광경을 잠시 지켜보던 필자의 머릿 속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날마다 부처님오신날 같았으면 좋겠다' 필자가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을 취재한지도 어느덧 아홉해 째가 됐다. 최근 들어 가장 많은 인파가 조계사에 몰리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한국불교 1번지 조계사는 너무 작아 보였다.
정영석 기자 youa14@bbs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