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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처님오신날, 달력에는 ‘석가탄신일’

기사승인 2018.05.22  07: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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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6년째, 벌써 3번째 이사를 앞두고 있다. 자가(自家)에서 3년을 보냈고, 전세 2년 계약만료가 코앞이다. 이제는 자가와 현재의 집, 새로운 집까지 모두 3건의 계약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 자연스럽게 날짜를 자주 챙기는데, 그때마다 5월 달력에 선명하게 새겨진 ‘석가탄신일’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부처님오신날은 ‘석가탄신일’에서 ‘부처님오신날’로 명칭이 변경됐다. '석가탄신일'에서 '석가'는 부처님 당시 인도의 부족명이다. 우선 의미가 맞지 않는다. 또 이웃종교의 '절'과 비교해서 '일'은 격에 맞지 않는다는 논란도 있었다. 무엇보다 한글화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컸다. 결국 지난해 10월, 정부는 국무회의를 거쳐, 42년 만에 '석가탄신일'을 ‘부처님오신날’로 변경했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의 정부부처 달력에는 '부처님오신날'이 ‘석가탄신일’로 기재돼 있다. 불교계를 제외한 일반달력 또한 사정이 비슷하다.

‘부처님오신날’은 1975년에 국가 공휴일로 지정됐다. 크리스마스가 1949년 국정공휴일로 지정된 것과 비교하면 한참 늦었다. 불교계는 1963년 ‘부처님 탄일 공휴일 지정 대정부 건의서’를 정부에 냈지만 거절당했다. 이후 동력을 잃어가며 지지부진하던 부처님오신날 지정에 불을 붙인 것은 용태영 변호사였다. 용 변호사는 1973년 ‘공휴권 청구 관련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국교가 없는 나라에서 ‘크리스마스’가 국정공휴일이라면, ‘부처님오신날’도 공휴일이어야 한다는 당연한 논리를 폈다. 하지만 당시 사회적 인식은 이와 달랐다. 정부는 “예수탄생일을 휴일로 한 것은 범세계적인 추세 때문일 뿐 특정종교 기념일을 공휴일로 제정할 수 없다”고 거절했고, 판사 또한 “특정종교의 기념일을 휴일로 할 수 없다”고 했다. 법조계 분위기도 비슷했다. 이를 소송거리로 보지 않았다.

그러나 무려 11번에 걸쳐 심리가 진행되면서, 불자들이 전국에서 버스를 타고 재판에 참관하기 위해 상경했다. 차별이 상식이 된 현실에 불자들 스스로가 나선 것이다. 소송은 각하 됐지만, 부처님오신날 지정에 용 변호사가 단초를 제공했고, 조계종이 종단적 역량을 모아 이를 실현했다.

용태영 변호사와 관련된 일화는 넘쳐난다. 고졸 중퇴의 용 변호사는 법조인이 될 관상을 지녔다는 말에 곧바로 고시공부를 시작해 200여 일만에 고시에 합격했다. “도끼로 이마를 까겠다”는 협박에는 “그렇다면 나는 이마로 도끼를 까겠다”고 응수했다. 전설처럼 내려오는 갖가지 기행도 숱하다. 최영도 전 국가인권위원장은 필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용 변호사를 스케일과 배포가 큰 선배 법조인으로 기억했다. 생전 용 변호사의 자택은 청와대와 담장을 맞대고 있어, 당시 경호실에서 자택을 팔라는 회유와 압박이 있었지만 이를 이겨냈다는 일화도 들려줬다. 이러한 기개가 ‘부처님오신날’ 법정 공휴일 지정으로 이어진 셈이다. 

용태영 변호사는 지난 2010년에 별세했지만, 우리는 ‘부처님오신날’이면 그를 기억한다. 이제 시대가 변해, 법을 어기고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으면 대통령도 자리에서 물러난다. 적어도 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국민들 스스로가 만든 것이다. 이제 ‘부처님오신날’을 달력에 새기고, ‘부처님오신날’을 ‘부처님오신날’로 부르고 되새기며 '부처님오신날'로 만드는 것은, 우리들의 몫일 것이다. 

홍진호 기자 jino413@dreamwiz.com

<저작권자 © 불교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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