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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의 법정 스님을 그리워하는 이들

기사승인 2018.05.16  12: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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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선지식으로 존경받던 법정 스님이 원적에 든지도 8년이 흘렀지만 스님의 발자취를 그리는 이들이 많다. 혼돈과 변화의 시대에 마땅한 의지처를 찾기 어려운 이들에게 화려한 수식 없이 ‘비구(比丘)’라는 정체성 하나로 자족했던 법정 스님의 무소유의 삶과 아름다운 자취가 영원한 지남(指南)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침 스님의 미발표 원고를 묶은 책과 스님의 체취가 남아 있는 유품들이 사진집으로 선보였다. 평생 주옥같은 글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했지만 임종을 앞두고는 말빚을 거두려 한다며 한사코 더 이상 책을 펴내지 말 것을 주문했던 법정 스님. 그래서 기존의 책들이 더 이상 출판되지 못해 아쉬운데, 최근 스님의 미발표 원고와 더불어 임종게까지 처음 공개돼 반가움을 더해준다.

강원도 산골에 수류산방(水流山房) 터를 마련하고 법정스님을 시봉했던 리경씨가 엮어낸 <간다, 봐라>. 리경씨 내외는 기존의 스님 책들이 더 이상 발간되지 못해 애석한데, 이렇게라도 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기운을 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분별하지 말라. 내가 살아온 것이 그것이니라. 간다, 봐라”(법정 스님 임종게)

유신 독재에 항거하던 시절 법정스님이 몸소 겪은 심정을 표현한 시도 시대를 이끌었던 선구자의 고독이 묻어난다.

     나는 지금
     다스림을 받고 있는
     일부 몰지각한 자
     대한민국 주민 3천 5백만
     다들 말짱한 지각(知覺)이 있는데
     나는 지각을 잃은 한 사람······

김용관 사진작가의 사진집 <이 밖에 무엇을 구하리>도 법정 스님의 체취를 오롯이 전해준다. 해우소 들어갈 때 보이도록 돌려놓았다는 푯말 ‘나 있다’는 스님이 여전히 우리 곁에 있는 듯 감상을 불러일으켜 준다.

밀짚모자와 누비 동방아, 법복, 죽비, 그리고 손수 깎은 차시와 손수 빚은 진흙 화로 위에 무쇠 주전자 등은 옛 주인을 닮아 무심한 듯 따스함과 정갈한 멋을 전해준다. 아름다운 글귀와 서예 작품은 감로수처럼 진리에 목마른 이들을 달래준다.

필자는 80년대 초 송광사 여름수련대회에 참석했을 때 불일암을 참배하고 처음 스님께 인사를 드린 기억이 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간 불일암에서 스님은 수련생들을 반가이 맞아 주셨다. 그런데 필자의 귀를 때린 한마디가 놀라웠다. ‘사람이 싫어서 출가했다’는 것. 그래서 스님은 복잡다단한 세간과 얽히는 것을 싫어하는 분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다.

참선을 배운다고 송광사 서울분원인 법련사를 이따금 드나들기는 했지만 스님과의 직접적인 인연은 책을 통해서 말고는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다 기자가 되어 취재차 성북동 길상사를 찾아 법문도 듣고 인터뷰 요청도 드린 적이 있다. 인터뷰에 응하지는 않으셔서 조금은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런 것들은 스님의 진면목을 모르는 대단히 일면적인 인식이었음을 훗날에야 알게 되었다.
 
평생을 산사에 머물며 세간과 멀리한 듯하면서도 끊임없이 세간과 소통했던 수행자 법정스님. 홀로 섬의 자각을 통해 일체 중생과 함께 했던, 오고 감 없는 선지식의 생애와 가르침은 영원한 진리의 등불로 빛나고 있다.(끝)

김봉래 기자 kbrbud@hanmail.net

<저작권자 © 불교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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