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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윤의 세상살이] 분노 조절이 안 되는 사회

기사승인 2018.05.07  14:5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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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새벽 광주 광역시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집단폭행 사건이 우리 사회를 다시 한번 충격 속으로 몰아 넣고 있다.택시를 잡는 과정에서 새치기를 했다는 이유로 시비가 붙어 다수의 남성들이 피해자를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심지어 돌로 내리 찍는 등 잔혹하게 폭력을 휘둘렀다. 피해자는 이 사건으로 양쪽 눈이 실명 위기에 빠질 정도로 큰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20만영을 넘어서는 등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필자도 해당 동영상을 보면서 충격과 분노를 좀처럼 가라앉히기 어려웠다. 실제로 필자도 1년전 쯤 택시를 잡으려다 먼저 타려는 한 남자와 시비가 붙은 적이 있었다. 서로 언성을 높이면서 다투다가 얼마 안 돼 다른 택시가 오면서 다행히 큰 충돌은 피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사소한 시비가 끔찍한 범죄로 이어지는 일, 우리 사회에서는 이제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는 흔한 일이 돼버렸다. 4년전 이른바 땅콩 회향 사건을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갑질 행위와 지난달 광고대행사와 회의 도중 물컵을 던지고 폭언을 내뱉은 조현민 대한항공 전 여객마케팅부 전무의 볼썽 사나운 행동도 결국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채 내면의 분노를 여과없이 드러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 주위에는 화를 참지 못하는 이들이 너무 많다. 자신의 스트레스를 다스리지 못하고 외부를 향해 분노와 화를 그대로 노출시키는 이들을 주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단지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사소한 신체적 접촉이 있었다는 이유 등으로 시비가 붙어 끔찍한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한해에 3백건이 넘는다는 집계도 있다. 살인과 방화범죄 전체 발생 건수 가운데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죄가 40% 정도나 된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대한정신건강의학회 등의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분노 조절 장애로 병원을 찾은 이들이 6천여명에 이르러 최근 4년간 20% 정도 늘었다. 우리나라 성인의 절반 이상이 분노 조절이 잘 안 되는 상태이며 10명 가운데 1명은 치료가 필요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화를 내고 분노할까 ? 과도한 경쟁과 스트레스를 부르는 사회 구조적 문제도 물론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소통 부족의 사회, 양극화 현상,갑질 문화 등도 분노 사회를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역시 자기 자신에게 있는 법이다. 자신의 내면에 잠재돼있는 자존심,열등감,외로움 등과 같은 감정을 누군가가 건드리면 그동안 억눌려있던 분노의 감정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밖으로 표출된다는 것이다. 누구나 마음 한 구석에는 자신만이 꼭꼭 숨겨 놓은 콤플렉스가 있고 이를 드러내거나 남들 앞에서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내면의 불안과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자신의 진짜 감정 대신 가짜 감정으로 포장한채 살아가고 이들은 외부의 조그만 충격에도 매우 취약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분노 조절이 안되는 사회를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 결국 외롭고 나약한 내 존재, 내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는 일이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내 감정의 주인은 그 누구도 아닌 나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볼 것도 권한다. 대표적인 불교 경전 금강경을 보면 이런 가르침이 있다. “내가 일으키는 사랑의 마음 하나가 전체를 사랑으로 물들이기도 하고, 내가 일으키는 미움 하나가 전체를 미움으로 물들이기도 한다. 나는 하나이면서 동시에 전체이다”  이와함께 불교의 공(空)사상은 삼라만상,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텅 비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모두가 텅 비어있는데 화(火)와 분노가 무슨 소용일까라는 생각을 한번쯤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전경윤 기자 kychon@chol.com

<저작권자 © 불교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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