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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정농단 수사와 재판...기억에 남는 다섯 장면

기사승인 2018.04.07  19: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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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우연이다.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하던 지난 2016년 10월 사회부로 발령받아 법조 취재를 해 왔다.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선고가 끝난 직후, 법조를 떠나게 됐다.

1년 6개월 간 역사의 현장을 취재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강하게 남는 다섯 장면을 꼽으며, 1년 반의 대장정을 마무리해보려 한다.

#1. '40년 지기' 최순실을 외면한 박근혜

지난해 5월 2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공판이 열렸다. 법정에 들어온 박 전 대통령의 옆에는, 박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 최순실 씨가 먼저 들어와 앉아 있었다.

최순실 씨는 박 전 대통령을 보자 격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 대통령을 재판에 나오게 한 내가 죄인"이라면서 울먹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그런 최 씨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원망이었을까, 부끄러움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모든 상황이 피곤하고 귀찮았던 것이었을까. 그 심정 까지는 알지 못하지만...

#2. 통곡하고 비명 지르고...격앙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처음 불거지던 지난 2016년 10월, 공개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최순실 씨는 고개를 숙인 모습이었다. "죽을 죄를 지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신과 가족 등에 대한 수사가 계속되면서 격앙된 반응을 드러냈다. 지난해 1월, 특검에 출석하면서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고 언성을 높이더니, 결심 공판 땐 "사회주의에서의 재산 몰수보다 더하다"고 울분을 토하고 비명까지 질렀다.

정말 억울하다고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일종의 '생떼 쓰기'였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어느 쪽이든 지켜보는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건 분명해 보였다.

#3. 우병우의 목과 어깨에 들어간 힘, 선고 당일에야 빠지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이름을 들으면 '레이져 눈빛'을 떠올리는 국민들이 많다.

눈빛도 눈빛이지만, 우 전 수석은 전반적으로 꼿꼿한 모습을 많이 보였다. 쉽게 표현하면 어깨와 목에 힘이 많이 들어간 듯 보였다.

'자신의 구속이 숙명이라면 받아들이겠다'고 말하던 때에도, 심지어 자신에 대한 선고공판 초반에도 힘은 빠지지 않았다. 결국 '징역 2년 6개월에 처한다'는 주문이 낭독되고 나서야 힘은 빠졌다.

꼿꼿함을 버리면 '작량 감경'이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점, '법꾸라지'란 별명의 그가 더 잘 알았을 터. 그럼에도 그의 목과 어깨를 지킨 '힘'의 근원은 자만심이었을까, 자존심이었을까?

#4. 특검의 '아마도', '제가 알기로는'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맡은 박영수 특검팀. 쉼 없이 달려온 덕분인지 목표했던 성과들을 상당 부분 달성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 등 특검 출신으로서 검찰 요직을 맡은 인물도 나왔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이규철 당시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아마도", "제가 알기로는" 등의 수식어를 붙이곤 했다. 브리핑은 TV로 생중계되고 있었다. "대변인과 수사 실무진과의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비판과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일각에서는 "특검이 특정 언론에만 정보를 흘린다"는 의심 마저 나왔다. 지난 일이지만, 지금도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5. 할머니, 할머니, 그리고 할머니

특검 사무실 뒤에서 1인 시위를 하는 할머니가 있었다.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으니 특검이 도와 달라는 취지였다. 추운 날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특검은 법적으로 박근혜 사건만 수사할 수 있다"고 알려드렸으나, 할머니는 "경찰과 검찰을 모두 믿을 수 없어서 특검까지 온 것"이라며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1층에는 빨간 드레스를 입고 매일 '출근'하는 할머니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듯 보였지만, 과격한 행동을 보이진 않았다. 종이를 산처럼 쌓아놓은 뒤, 박 전 대통령 응원 문구를 진지한 모습으로 작성하고 있었다. 행위예술 또는 종교적 의식 같다는 인상 마저 들었다.

한 할머니로부터는 폭행 당할 뻔한 경험도 있다. 우병우 전 수석 선고공판이 끝난 뒤, 법정을 나와 대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 할머니가 "기자들은 맞아야 해!"라고 외치면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방호요원들이 온 몸으로 막아준 덕분에 다행히 피해를 입진 않았다.

무엇이 이 할머니들을 거리로, 법원으로 내몰았을까.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박 전 대통령의 국선 변호인이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이제 국정농단 재판의 2막이 열리게 된 것이다. 법조 현장을 떠나게 됐지만 앞으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될 것 같다.

유상석 기자 listen_well@bbsi.co.kr

<저작권자 © 불교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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