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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내 오라를 풀라" 구속적부심 러쉬에 대한 단상

기사승인 2017.11.30  10: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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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관진, 임관빈 이어 이종명까지

서울구치소 나오는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구속은 신체의 자유를 제한한다. 신체의 자유는 헌법 제12조가 보호하고 있는 기본권 중 하나다. 여기서 삼단논법이 성립된다. 구속은 ‘인간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치다. 그래서 구속은 오직 법률에 의해서만 가능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만 이루어진다. 실형이 예상될 만큼 중한 범죄가 소명돼야 하고, 내보낼 경우 아직 검찰의 손이 닿지 못한 증거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다고 해도 구속돼 수감되는 순간 삶은 전복된다. 호식하던 이는 건강을 잃고, 치장하던 이는 누추해진다. 개인의 삶은 물론 직장 생활 단절과 가족생활 곤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가수 김종서가 노래한 ‘아름다운 구속’이라는 건 어쩌면 세상에 없는 것이다.

  여기 2012년에 있었던 두 가지 사건이 있다.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집중적으로 이뤄졌다는 데서 두 사건은 시기가 같다, 인터넷 ‘댓글’을 무기로 삼았다는 데서 방식 또한 같다. 각각 소속 기관은 국정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로 달랐지만, 재미있게도 ‘심리전단’이라는 부서 이름은 같다. 더 소름 돋는 것은 수사기관에 불려나온 관계자들의 말도 같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파기환송심 최후진술에서 “심리전단의 일은 북한의 대남 선동에 대한 방어”라고 말했고, 검찰에 소환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기만적인 대남 선전선동에 대비해서 만든 것이 심리전단”이라고 말했다. A가 B가되고 B가 A가 되는 오묘한 역치란. 모쪼록 이 두 가지 사건은 많은 점에서 같다. 하지만 단 한 가지, 핵심 인물에 대한 신병처리는 달랐다. 원 전 원장은 구속돼 재판 중이고, 김 전 장관은 구속됐다 풀려났다. 김 전 장관의 구속적부심 결과가 나온 그날 밤, 내 동생은 TV에 자막으로 뜬 속보를 보고 혼잣말로 말했다. “좀 이상한 것 같다.”

  곧바로 검찰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고 강력 반발했다. 여권 정치인들은 “사법부 불신”까지 언급하며 핏대를 세웠다. 그들이 지적하는 문제는 11일 만에 180도 바뀐 법원의 판단이다. 김 전 장관을 석방한 ‘구속적부심’은 형사사건에서 원칙인 ‘불구속 재판’의 정신을 살리고, 헌법상 규정된 ‘신체적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있는 제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범죄 혐의가 소명(구속영장실질심사)”됐던 피의자가 “범죄 성립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구속적부심사)”면서 풀려나오게 되는 일은 좀처럼 흔한 일이 아니다. 물론 있긴 있다. 구속된 피의자가 중간에 자백을 한다거나 피해자와 합의를 하는 등 ‘사정 변경’이 있으면 가능하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의 사정이 열흘 정도에 불과한 수감 기간 동안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미지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공항 기자회견을 가진게 그 열흘동안이었다는거밖에.... 

  사정이 이러니 법관에 대한 비방이 잇따랐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진화에 나섰다. 김 대법원장은 “영장재판도 재판”이라면서 “재판결과는 법치주의 정신에 따라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되레 “표현의 자유를 억압치 말라”며 농을 섞어 대법원장에게 법치주의를 되물었다. 사법권을 행사하는 법관은 법을 수호하는 사법부 그 자체이다. 하지만 ‘법관’이 사람, 개인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생긴다. 파스칼은 저서 ‘팡세’에서 “세계에서 제일 훌륭한 재판관의 정신도 주위에서 소음이 일어났을 때 곧 혼란되지 않을 정도로 초연하게 자기를 지키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각 재판부가 동전의 양면같은 너무도 상이한 결과를 내놓은 이상,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균열이고 오라를 찬 이들은 제도의 틈을 파고드는게 아날까? 김 전 장관의 부하 임관빈 전 정책실장도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났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서 국정원 ‘댓글부대’의 실무책임자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도 구속적부심을 신청했다. '노림수'가 뻔히 보이지만 모든 국민은 공평하게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으니 할 말은 없다. 그가 보게된 틈도 제도일 진데, 제도 속에서 개인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시민과 함께 하고픈 취재기자로서 원하는 게 있다면 이 모든 것이 실체적 진실을 찾는 과정이길 바랄 뿐이다.

 

박준상 기자 tree@bbsi.co.kr

<저작권자 © 불교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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