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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윤의 세상살이] 태극 마크의 소중함

기사승인 2017.10.16  01:4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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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 4강은 필자에게도 즐거운 추억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다. 축구 대표팀은 히딩크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에 선수들의 투혼이 합쳐져 축구 역사상 전무후무한 월드컵 4강 신화를 달성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세계 4강의 실력을 갖고 있어서 월드컵 4강을 달성했다고 여기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홈 그라운드의 잇점, 특히 심판들의 도움이 한 몫 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외신들도 한국의 월드컵 4강 신화는 심판 덕이라고 평가 절하하기도 했다.

필자도 당시 포르투갈과의 예선전과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상대 선수가 퇴장을 당하고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스페인이 넣은 골이 인정되지 않은 장면 등이 여전히 석연치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월드컵 4강을 이뤄낸 우리 선수들은 가지고 있는 실력을 아낌없이 발휘했고 최선을 다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본다. 34살의 노장으로 경기장에서 투지를 불태운 황선홍,홍명보, 산소 탱크라는 별명답게 쉴새 없이 경기장을 누빈 박지성,결정적인 순간에 한방을 터뜨린 안정환, 마당쇠처럼 뛰어다닌 설기현, 악바리처럼 상대방을 물고 늘어진 김남일과 김태영,막내 답게 씩씩하게 그라운드를 달린 이천수, 그리고 유상철,차두리,송종국,이을용,최진철 등등...모두가 영웅들이었고 당당한 태극 전사들이었다.

한일 월드컵이 끝난지 15년이 지난 지금, 한국 축구는 그야말로 최악의 위기에 휩싸여 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는 가까스로 성공했지만 그동안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아시아권 국가들에게도 지면서 부실한 경기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때문에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됐지만 최근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 가진 러시아와 모로코와 가진 원정 평가전에서도 무기력하게 잇따라 패하면서 축구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3년전 브라질 월드컵에서 비겼던 러시아에는 허무한 자책골을 두 골이나 내줬다. 모로코전에서는 상대방 2진급 선수들에게 경기 시작 10분 만에 두 골이나 내주면서 수비 조직력이 완전히 무너지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 안정환 축구 해설위원은 현재의 대표팀에 대해 현재 한국 보다 못하는 팀은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지금의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에게는 절실함이 엿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들이 많다. 필자가 보기에도 악착같은 근성은 물론 축구에 대한 열정마저도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일부에서는 이미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을 통해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은 선수들의 경우 국가 대표로서 죽을 힘을 다해 뛰어야할 필요가 사라졌다고 여기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결국 대표팀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절실함과 정신적 무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동기 부여의 수단이 꼭 병역 혜택이어야만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병역 혜택은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서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이에 따라 국민들의 호응을 얻어나갈 때 그 시점에 가서 검토해도 늦지 않다.

사실 기술적인 면은 단기간에 크게 향상되기는 어렵다. 당장 유럽이나 남미 수준의 발재간과 경기 운영능력을 갖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다. 국가대표팀은 그저 잠시 왔다가 가는 자리가 아니라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자리로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선수들은 잊어서는 안된다. 열심히 뛰고 최선을 다하는 팀에는 운도 따르고 경기 외적인 플러스 요인도 더해질 수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때가 그랬다.

지금 대표팀에는 과거 한국 축구의 상징으로 불렸던 투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 팀웍보다는 개인 성적에 치중하는 선수,혼신의 힘을 다하지 않은 선수,절실함이 없는 선수는 대표팀에서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전경윤 기자 kychon@chol.com

<저작권자 © 불교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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