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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수의 크로키] ‘자가격리’ 8일째…그리운 일상

기사승인 2020.11.11  08: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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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게 코로나19 밀접접촉자로 분류됐습니다.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확진자가 나왔는데, CCTV 확인 결과 일부 동선이 겹쳤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였습니다. 평소 누구보다 마스크 착용을 잘해왔기에 무척 억울했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확진자 탓을 하며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안전에는 과잉 대응이 맞는 조치라고 애써 위로하며, 방 칩거 생활 8일째입니다.

‘자가격리’.

아이가 있는 맞벌이 직장인들에겐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저 때문에 갑자기 모든 업무를 접고 빠르게 집으로 복귀해야 했던 가족들. 다행히 하루 만에 “음성(코로나19 확진자가 아닙니다)”이라는 판단이 나왔지만, 방역 당국은 매정하게 2주간 자가격리를 통보했습니다. 조금의 준비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모든 가족이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겁니다. 좁은 집안에서 마스크 거리 두기를 해야 한다는 게, 뭘 의미한다는 걸 알기에 아이를 제외하고는 긴 탄식이 쏟아졌습니다.
 
고등학교 선생님인 죄(?)없는 아내는 학기 말과 수능시험을 앞두고 할 일을 못 해 속앓이를 합니다. 집에서 원격수업도 며칠째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왠만해선 방을 벗어나서는 안되는 제 수발에, 아이 육아까지... 애써 화를 참는 기색이 역력합니다. 밝은 톤의 목소리가 요 며칠 날카로워졌습니다.

한창 혈기왕성한 6살 남자아이도 매한가지입니다. 활동 범위가 좁아든 걸 뒤늦게 깨닫고서부터 짜증이 늘어갑니다. 고심 끝에 하루 몇 시간은 마스크와 비닐장갑 완전복장을 하고 ‘노는 척(?)’해주기로 했습니다. 바람 뺀 축구공으로 하는 놀이. 층간 소음이 걱정되지만 거리 두기를 유지하며 아이 보기엔 이만한 놀이도 없습니다. 멀찌감치 서서 동화책 읽어주기, 스스로 학습지 하기 돕기, TV 시청 등등도 적절히 곁들여 집니다. 

자가격리 일주일이 넘어서면서 그동안 영혼없이 방송에서 대뇌였던 ‘코로나 블루’와 ‘레드’가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백신 개발이 목전에 와 있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먼 이야기입니다. 어쩔 수 없이 코로나19와 살아야 하는 ‘위드 코로나19’ 시대는 쉬이 끝날 것 같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이번 기회에 맞벌이 자가격리 지침 같은 거라도 만들어둬야 할 것 같습니다. 문득, 현재의 K-방역은 분노를 억누른 시민들의 고달픈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딩~동. 아침일찍 처가 어머니와 여동생이 반찬과 초콜릿을 문 앞에 두고 갔다고 합니다. 얽키고 설킨 복잡한 인드라망 같은 인간 관계가 자가격리를 빚어냈지만, 용기와 희망을 주는 것도 이 인드라망의 관계인 것 같습니다. 평범한 일상이 더 그립습니다.

 

 

배재수 기자 dongin21@bbsi.co.kr

<저작권자 © 불교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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