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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방탄소년단 콘서트와 북한 열병식

기사승인 2020.10.26  11: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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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 방탄소년단에 ‘입덕’ 했습니다. 뒤늦게 그들의 매력에 빠졌지만, 하늘도 무심하시지.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콘서트에 가볼 기회를 박탈당했습니다. 오매불망 기다린 지 수개월째. 드디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온라인이면 어떠랴, 내적 환호성을 내질렀습니다. 콘서트 시작은 10월 10일 오후 7시. 당일 한 시간 전부터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며 콘서트 분위기를 한껏 고취시키던 중. 띠링, 불길한 예감의 알림이 울렸습니다. 속보 알림 “北 열병식 오후 7시부터 녹화 중계”... 이럴 수가. 물론 북한 열병식 소식은 이른 아침부터 챙기고 있었습니다. 외교통일안보 출입처를 담당하는 기자로서 챙겨야만 하는 현안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하필 시간까지 겹치다니요. 잠시 고민한 뒤, 휴대폰으로 열병식 영상을 틀었습니다. 방탄소년단 콘서트와 북한 열병식이 동시에 방영되는 기묘한 시간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방탄소년단 콘서트는 그야말로 휘황찬란했습니다. 세 시간 남짓, 일곱 멤버들은 무대 위에서 맘껏 자신들의 이야기를 노래하고 춤으로 쏟아냈습니다. 과연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표현의 자유’가 온전히 살아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누구는 연설가로, 또 누구는 어린 왕자로... 방탄소년단은 대부분의 곡을 직접 작곡·작사한다는 점에서 그들의 무대는 더욱 특별해 보였습니다. 콘서트는 온라인을 통해 전 세계 팬들의 집으로 전달됐습니다. 이번에는 팬들만 일방적으로 공연을 보는 게 아닌, 아티스트도 팬들을 볼 수 있는 ‘이원 생중계’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작은 네모 화면 속에 비친 팬들 역시 자신만의 방식으로 방탄소년단에 대한 애정을 표출하고 있었습니다.

 북한 열병식 녹화 방송도 화려하게 시작했습니다. 날개에 LED 조명을 단 전투기 편대가 하늘을 수놓았고, 형형색색의 불꽃도 쏘아 올렸습니다. 75개 부대가 일렬종대로 등장했고, 가장 높은 관심을 받았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신형 전차 등 북한의 첨단 무기들이 공개됐습니다. 무엇보다 질서정연하게 선 채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의 연설에 환호하고 때로는 눈물도 훔치는 군중들의 모습은 북한 수령제의 공고함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김 위원장이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로 인간적 면모를 보여줬음에도, 오히려 정권 유지에 대한 자신감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두 영상을 같이 보는 내내, 복잡 미묘한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남북 사이에 갈라진 틈이 명확히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물음도 떠올랐습니다. 북한에도 방탄소년단 팬이 존재할까? 북한에서 소녀시대의 인기가 높았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영 불가능한 일도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열병식 연설에서 “코로나19가 극복되고 남북이 굳건하게 손 맞잡길 기원한다”고 밝혔습니다. 남북이 상대적으로 손잡기 쉬운 분야는, 아무래도 ‘문화’일 겁니다. 남북 문화 교류가 활발해져, 북한 열병식 걱정 없이 북한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 이름)들과 함께 방탄소년단 콘서트를 온전히 즐길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김연교 기자 kyk0914@bbsi.co.kr

<저작권자 © 불교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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