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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따로 노는 검찰 손발...서초동의 슬픈 풍경

기사승인 2020.10.20  10: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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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혐의 피의자의 한마디에 서초동이 엎치락 뒤치락하는 경우가 과거에 또 있었을까. '라임·옵티머스 사태'의 배후로 지목돼 영어의 몸이 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이야기다.

시작은 금융 사기였다. 펀드 사기로 서민이 피해를 봤고, 김 전 회장에게 어떤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인가. 이런 논의 정도가 진행되는 듯 했다. 문제는 누군가가 '먹어서는 안될 무언가'를 받아먹었다는 것. 누가 무엇을 얼마나 받았느냐의 문제는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서로에게 칼날을 겨누는 거대한 싸움판을 만들어버렸다.

"강기정 전 정무수석에게 5천만원을 전달하라고 넘겼다"고 법정 진술한 사람이 "검사장 출신 야당 쪽 유력 정치인, 변호사에게 수억 원을 지급했으며, 현직 검사에게도 술 접대를 했다. 이 중 일부는 라임 수사팀에 합류했다"고 말을 바꿨다. 검사장 출신이며 정치권과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는 인사들은 다들 손을 내젓는다. 김 전 회장은 '희대의 사기꾼'이 됐다가, '공익제보자'가 되길 반복하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은 다시 한 번 정면 충돌했다. 법무부는 김 전 회장의 '입장문'이 나오자마자 주말을 반납해가며 강도 높은 감찰에 들어가더니, 2박 3일만에 "윤석열 총장이 수사 지휘를 소홀히 했다. 윤 총장과 수사팀을 믿지 못하겠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추미애 장관은 '수사팀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것'이라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말을 아끼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대검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금융범죄 수사의 역량이 쌓여 있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해체됐고, 윤 총장의 수족 역할을 하며 정권 관련 수사를 담당하던 검사 35명은 뿔뿔이 흩어졌다. 특수수사 부서가 아닌 일반 조사부에 라임·옵티머스 사건이 배당된 것과 관련해서는 진작부터 검찰 안팎에서 논란이 많았다.

추미애 장관의 지휘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끄는 검찰, 그리고 윤석열 총장이 이끄는 검찰. 서로를 '이 쪽 검찰', '저 쪽 검찰'이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따로 놀고 있다. 정상적인 수사가 될 리가 없다. 이제 와서 누구 탓인지를 따지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어쨌든 이렇게 따로 노는 검찰의 손발이 다시 맞아질 리도 없어 보인다.

언제부턴가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동네는 세종로도, 여의도도 아닌 서초동이 아닌가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정치인과 경제인이 서초동에 모습을 드러내고, 그들의 운명은 서초동에서 정해진다. 이것 만으로도 슬픈 일인데, 더 슬프게도 사기 혐의 피의자 말 한마디에 서초동이 흔들리고 있다. 2020년 가을. 서초동의 슬픈 풍경이다.

유상석 기자 listen_well@bbsi.co.kr

<저작권자 © 불교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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