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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훼불 사과’로 파면 3년 8개월째…종교간 화합은?

기사승인 2020.10.16  16: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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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손원영 교수 페이스북)
(출처 = 손원영 교수 페이스북)

지난 2016년, 한 60대 기독교 신자가 경북 김천시에 위치한 개운사 법당에 무단 침입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는 스님을 향해 ‘마귀’라고 소리치며 관세음보살상 등을 훼손했고, 향로와 목탁을 던지며 난동을 피웠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도 그는 “기독교 신자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모금운동은 큰 상처를 받은 개운사 신도 여러분에게 대한민국의 동료시민으로서 작은 위로를 전하는 사랑의 실천임과 동시에, 제가 속한 개신교가 절대로 이웃종교를 폄하하거나 심지어 테러를 용인하는 폭력적 종교가 아님을 분명히 알리기 위해섭니다.”  - 손원영 교수 페이스북 글 中

상심에 빠져있던 사부대중에게 사과의 손길을 먼저 건넨 이는, 손원영 서울기독대학교 교수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헌법을 준수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법당 복구를 위한 모금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삼삼오오 모인 돈은 이후 개운사 측의 뜻에 따라 종교평화를 위한 학술모임에 기부됐습니다.

그러나 종교 평화를 위한 움직임의 결과는 ‘파면’이었습니다. 손 교수는 즉각 파면처분무효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서울북부지법은 2년 전 “징계양정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며 손 교수 손을 들어줬고, 이듬해 서울고법 역시 같은 판결을 내렸습니다. 학교 측이 상고를 포기하며 판결은 최종 확정됐지만, 1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손 교수는 강단에 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사회는 손 교수의 재임용을 지시했지만, 대학 측이 따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손 교수 앞에 놓인 건 복직이 아닌. ‘개인 짐을 싸서 사찰로 돌아가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와, ‘이단을 받을 거면 학교 문을 닫으라’는 내용의 현수막뿐이었습니다.

이에 손 교수는 다시 한 번 법원에 업무방해 가처분신청 소송을 냈습니다. 지난 13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첫 심문기일에서도 학교 측은 “이사장이 독단적인 결정”을 내렸다며 여전히 재임용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또, 업무방해 행위 역시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15분 남짓 이어진 심문이 끝난 후 손 교수는 기자와 만나, “공존의 윤리로 돌아가는 민주 사회에서 평화를 이루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손 교수는 강의실 문이 열리는 그 날까지 매주 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2018년, 일 년 여 간 문화부 기자로 일하며 많은 취재 현장에 투입됐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취재를 꼽으라면, 저는 주저 없이 ‘종교 간 화합’을 주제로 한 현장을 택합니다. 3.1절을 기념해 3대 종단 대표가 함께 독립 선언서를 낭독했던 현장, 쌍용자동차 대량 해고 사태에 대한 문제 해결을 한 목소리로 촉구했던 현장, 7대 종단이 힘을 모아 종교문화 축제를 개최했던 현장에서 늘 벅찬 감동을 받았습니다. 화합과 사랑, 관용과 공생 등 각 종교가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가치들이 밝게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탈종교화 시대로 접어든 요즘, 종교인들의 이 같은 행보는 종교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 번 증명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화합의 가치가 손 교수 사건에까지 뿌리를 뻗길 발원해봅니다. ‘다름’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있어야만, 종교가 우리 사회 속 ‘등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종교 지도자들이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손원영 교수 연구실 앞 (출처 = 손원영 교수 페이스북)
손원영 교수 연구실 앞 (출처 = 손원영 교수 페이스북)

 

조윤정 기자 bbscho99@bbsi.co.kr

<저작권자 © 불교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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