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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남북 관계 속 불교계 '상상력' 발휘할 날 올까

기사승인 2020.09.28  1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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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묘하게 달라졌습니다. 남북 민간 교류를 바라보는 통일부의 시각 말입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남북 관계는 정부 차원에서 먼저 대화가 이뤄져야 민간 교류도 가능하다는 데 무게가 더 실려 있었습니다. 지난 2월 천태종을 찾은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민간 교류에 앞서 “남북 관계가 큰 틀에서 먼저 풀려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불교계 역시 당장 남북 불교 간 소통 거리를 찾기 보다는, 교착 상태 해소를 기다리며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는 입장에서 머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던 통일부가 바뀌었습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취임하면서부터입니다. 이 장관은 취임 전부터 ‘작은 교역’을 주장했습니다. 대북 제재를 피할 수 있는 남북 간 민간 교류를 시작으로, 대화 물꼬를 트겠다는 구상입니다. 작은 교역에 대한 이 장관의 의지는 그간의 행보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장관은 취임 이후, 각계각층의 민간단체들과 만나며 의견을 청취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 8월, 불교계를 찾은 자리에서도 달라진 통일부의 시각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금강산 신계사 템플스테이’ 사업이 중단돼 아쉽다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의 말에, 이 장관은 “정부 간 대화가 복원되기 이전이라도, 불교계가 조선 불교도 연맹과 먼저 사업을 구체화한다면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나아가 남북 대화를 복원하는 데 민관의 선후 관계를 따지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6개월 만에 정부 간 대화보다 민간 교류가 선행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바뀐 겁니다. 

 물론, 불교계가 남북 간 대화를 먼저 이끈다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지도부 뜻 없이는 단독 행동이 거의 불가능한 북한 체제의 특성 때문입니다. 이인영 장관의 총무원 예방 당시, 원행 스님은 “지난해 독일에서 열린 세계종교인평화회의에서 북측 종교계 인사와 닷새간 함께 지냈다”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도 힘든데, 종교인들끼리 몇 번 만나는 게 큰일이겠냐는 말을 북측 인사들이 하더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큰 틀에서 먼저 관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기존 입장이 오히려 지독히 현실적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동안 남북은 풀릴 듯 풀리지 않고, 꽉 막힌 듯 개선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관계를 반복해 왔습니다.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을 것 같았던 최근 소연평도 공무원 피격 사건 역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단히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또다시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 속, 문득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던 이인영 장관의 또 다른 말이 떠오릅니다. 불교계는 신계사 템플스테이 사업뿐 아니라 북한 사찰림 복원, 불교 문화재 교류 등 남북이 ‘상상력’을 발휘할 공간을 많이 품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불교계가 지닌 상상력이 남북 대화를 이끄는 일도 현실화될 수 있지 않을까요. 아직, 특히 요즘 같은 상황에선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만 말입니다. 

김연교 기자 kyk0914@bbsi.co.kr

<저작권자 © 불교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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