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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이낙연-김종인...협치 함수의 극한값은?

기사승인 2020.09.14  16:4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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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왜 이낙연 대표가 올라왔지? 이런 적이 있었나?" 한 동료의 기습적 질문에 땀이 삐질 났다. 그러고 보니 국회에 와서 여태 당 대표가 연단에 선 걸 못 기억이 없었다. 뒤늦게 국회법을 뒤져보니 '교섭단체를 대표하는 현역 의원'만 가능하고, 당 대표가 현역이면 원내대표와 번갈아 가며 하는 관례도 있단다. 이해찬 전 대표는 20대 국회 2018년 정기국회에서 딱 한 차례 연설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황교안 전 대표, 김병준 혁신위원장은 현역이 아니었다. 최소 지난 2년은 여야 원내대표들만 연단에 섰다. 오랜만의 당 대표 연설이었던 만큼 메시지는 컸다. 야당을 향해 “우분투”,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야당은 이전처럼 야유와 조롱 대신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도 화답하며 ‘협치’의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 2년간 이런 장면 역시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협치’의 각론이었다. 이튿날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이낙연 대표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도출한 4항의 ‘합의문’은, 실제 ‘합의’보다 더 많은 ‘의문’이 담겨 있었다. 정당 대표간 정례회동과 공통정책 추진을 담은 1, 2항을 차치하고, 핵심이 담긴 3, 4항에서 4차 추경은 ‘최대한 시급히’, 민생 법안은 ‘최대한 많이’ 처리하자고 적시했다. 취재진 처지에서 그 합의문은 여야 함수의 극한값을 구하라는 문제만 있는 것이었다. 구체적 협치가 불가한 배경엔 또 ‘법사위원장’이 나왔다. 회동에서 야당은 협치의 전제 조건으로 여당에 넘어간 ‘법사위원장’직을 요구했지만, 매몰찬 거절을 맛봤던 것이다. 수뇌 회동 종료 후,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백브리핑에서 “사실상, 협치의 국회가 시작된 의미 있는 날”이라고 평가했다. “법사위원장 재조정 가능성이 있다는 말인가요?”라며 ‘의미 있는 날’의 구체적 의미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졌다. 최 대변인은 “지난 시기의 우여곡절을 반복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는 이낙연 대표의 말을 거듭 전해야 했다. 

‘협치’는 가성비가 좋다. 이는 입증된 팩트다. ‘부동산 정국’으로 들끓었던 지난달, 임대차법과 종부세법을 급진적으로 밀어붙였던 여권은 지지율 급락을 맛봤다. 당시 상임위 법안소위 등 절차가 생략되면서 생긴 후폭풍 때문이다. 각각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에, 국회가 국민을 향한 정보 전달과 여론 수렴에 실패하면서 우리 사회는 합의를 형성할 기회를 박탈당했다. 국정운영의 책임을 지는 여당으로선 뼈아픈 경험이었기에 더더욱 ‘협치’는 절실했을 것이다. 야당 역시 여당을 견제하고 경쟁하면서도 ‘협치’를 통해서만 국정운영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 21대 국회, 우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는’ 여야를 정말 만날 수 있을까? "최대한 시급히, 최대한 많이"를 약속한 이낙연 대표와 김종인 위원장이 써낼 '극한값'의 정답이 궁금해진다. 

박준상 기자 tree@bbsi.co.kr

<저작권자 © 불교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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